하지만 과연 내실있는 성장인가에 대해서는 반론이 적지않다. 지난해 마이너스성장과 재고조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라는 것이다. 올해 8.8% 성장을 해도 위기이전인 97년과 비교하면 2.5% 성장에 불과하다. 호황은 반도체 통신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되어 있다. 특히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성장률은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실업률도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피부로 느끼는 취업난은 여전히 심각하다.따라서 경기회복세를 더욱 지속시켜 모든 부문에 온기가 느껴지게해야 한다. 높은 성장률에 도취하거나 방심할 때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저금리기조를 지속키로 한 것은 그런점에서 올바른 정책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불안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인플레압력이 높아지면 경기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세 지속의 최대 복병은 대우그룹 처리와 금융시장 불안이다. 한은이 내년 경제전망 6.4%를 순조로운 대우구조조정과 금융시장안정을 전제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금융시장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응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못하고 있는 것은 우려된다.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불안이 가시지 않아 기업의 해외자금조달이 차질을 빚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인 투신사 구조조정에 대해 근본적인 처방이 나와야 한다.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는 이해되나 내년 총선을 지나치게 의식, 단편적인 미봉책에 그치면 사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대우처리의 가시적 성과도 조속히 나와야 한다. 성장세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려면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시급하다. 구조조정과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제대로 이행 돼야 한다. 국민들도 경제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호화해외여행과 과소비에 빠져서는 안된다. 겨우 외환위기만 벗어났을뿐 선진국 도약의 길은 여전히 멀다. 경제시스템의 취약성을 적극 제거해야 높은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