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가 또다시 대한항공과 마일리지 수수료 분쟁에 휩싸여 있다. 비씨카드와 회원사들과의 협의가 늦어진 것은 지난 2월 말 대한항공과의 마일리지 재계약 여부에 대한 확인시한을 넘긴 것이 발단이다. 대한항공은 비씨카드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협상을 거부하고 11개 회원 은행과 직접 계약을 맺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22일 비씨카드가 일괄적으로 협상을 하라면서 공을 다시 비씨카드에 넘겼다.
대한항공측은 “마일리지 단가 문제보다는 비씨카드의 불성실한 협상태도 때문에 협상이 힘들다”며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비씨카드측은 “오는 5월 말까지 계약기한이 남아 있으므로 협의를 통해 마일리지 회원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비씨카드는 일단 이번주 중 임원급 회의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대한항공을 달래기에는 당근이 부족해 보인다.
지난해 8월 이호근 전 비씨카드 사장이 여신금융협회장을 맡으면서 대한항공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당시 여신금융협회는 “대한항공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마일리지 단가를 인상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들의 강경한 행동은 오히려 대한항공에 섭섭함만 더해줬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로 적자에 내몰린 항공사 입장에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마일리지 단가를 올려야 하는데 카드사들이 공정위에 제소까지 한 것은 심한 행동”이라며 “이제 불합리한 계약구조를 바꾸자고 하니, 명분 없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씨카드가 대한항공과 재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마일리지 단가를 올려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주주인 시중은행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그 역시 한계가 있고 결국 파국 직전까지 치닫는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병태 비씨카드 사장은 3월 말 취임했다.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올해 순익 목표가 얼마인지 잘 모르겠다” “사장이 카드상품까지 알 필요가 있느냐” 등의 말을 토해내 기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는 정 사장이 부딪히는 첫번째 관문이다. 그가 대한항공과의 해묵은 갈등을 풀 수 있을지는 모피아 출신 경영인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