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가 받아들이는 죽음이란

■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알마 펴냄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저자로 유명한 우리 시대 대표적 무신론자인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지난 2011년 죽음 앞에 서게 된다. 식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그야말로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일평생 거침 없이 신과 종교의 '허점'을 공격했던 그는 자신에게 닥친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똑바로 응시하기 쉽지 않았다.

'신 없이 어떻게 죽을까'(원제: Mortality)는 그 해 겨울 세상을 뜬 히친스가 죽기 직전 1년간 깊은 사색 속에 자기 자신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를 담은, 그의 마지막 저서다. 히친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신론의 '지조'를 지키며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직접 겪고 또 지켜봤다. 처음 진단 결과를 통보 받은 후 느낀 당혹감부터 점차 파괴되는 몸, 그로 인한 지독한 고통과 상실감까지 가감 없이 직시한다. 사실 일반인들이 죽음에 대한 관심 자체를 억압하고 망각함으로써 예정된 죽음이 갖고 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과 비교할 때 그의 '죽음'에 대한 도전은 매우 도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고통스러운 투병 과정에서도 "나는 적어도 어둠과 맞닥뜨려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넬 때까지는 종교적 망상에 맞서 논박하는 글을 계속 쓸 것"이라고 단호한 자세를 유지했다.

이렇듯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던 히친스는 인간이 죽음을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를 발견하게 된다. 죽음을 고뇌하지 않는, 죽음 이후를 불안해하지 않는 성숙한 태도로, 그는 '죽음에 대한 심드렁한, 무관심한 태도'에 대한 화두를 꺼낸 것이다. 무신론자로서 지조를 지키기 위해 죽음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그의 태도는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왔을 때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명언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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