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前) 사장에 대한 재판이 16일 시작됐다.
이날 재판은 특히 유코스 지주회사 메나테프 금융그룹 회장으로, 역시 구속중인 플라톤 레베데프 사건과 병합된 뒤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모스크바 메쉬찬스키 법원 재판부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호도르코프스키전 사장과 레베데프 회장은 창살로 둘러쳐진 피고인석에 함께 앉아 환담을 나누는 등 여유를 보였다.
사기와 횡령, 조세 포탈 등 7개 혐의로 구속된 두 사람은 자신들에 적용된 혐의들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변호인과 취재진 10여 명의 입장만 허용된 채 시작된 이날 재판은 피고인 인정신문이 열리는 등 절차적 성격이 짙으며, 본격적 재판은 향후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라고 변호인들이 전했다.
변호인측은 호도르코프스키 전 사장과 레베데프 회장의 건강상 문제 등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으나, 법원의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지난해 10월 이후, 레베데프는 같은해 7월 이후 마트로스카야티쉬나 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해오고 있다.
호도르코프스키 전 사장 등에 대한 재판은 세무 당국의 세금 추징 조치 등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유코스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코스는 990억루블(35억 달러)의 세금 추징 조치로 회사가 도산 위기에 몰리게 됐다며 정부에 회사 자산 동결 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할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호도르코프스키 전 사장 구속 사태가 장기화 되고, 오는 8-9월 회사 도산설 까지 유포됨에 따라 유코스 주가는 전날 30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다시 5.43%나 빠져 주당 가격이 6.10달러로 폭락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유코스의 공중 분해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분석하며, 투자가들의 빠른 주식 처분을 권고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