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사업의 경제성을 판가름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전체의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구간별로 나눠서 타당성 조사를 하다 보니 극히 일부 구간의 사업성 문제 때문에 전체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비 타당성 조사 제도는 경제성이 낮은 대형 공공투자 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막고 쓸데없는 사업비 증액이나 계획 변경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건설공사가 포함된 사업 가운데 총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고 이 가운데 국가가 부담하는 액수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반드시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돼 있다. 통상 비용 대비 편익(B/C)이 1 이상이면 최소한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국고 낭비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지만 허점도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는 개별사업 구간별로 경제성을 따지는데 교통망 확충 사업의 경우 개별 사업이 전체 교통망에 미치는 효과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해 단절구간(missing link)이 발생하는 것이다. 순천~부전 경전선 전철화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11일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정성봉 서울과학기술대 교수팀이 진행한 순천~부전 경전선의 전철화를 위한 사전 연구 결과 경전선 전체가 전철화될 경우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순천~광양 구간은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2로 타당성이 확보돼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진주~부전구간도 B/C가 1.5로 양호하게 나왔다.
문제는 진주~광양 구간이다. 이 구간은 B/C가 0.8로 경전선 전철화 사업에서 유일하게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결국 순천~부전 경전선 전철이 중간 부분인 진주~광양 구간이 뚝 끊어지게 된 셈이다. 이 구간에는 기존의 선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전철화된 구간보다는 효율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정은 여주~강릉 철도 복선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원주~강릉 구간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여주~원주 구간의 경제성이 없어 복선화 추진이 좌절됐다.
정 교수는 "전체 교통망에서 미싱링크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부터 조사하는 작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별 사업이 다소 경제성이 떨어진다 해도 전체 노선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교통망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계층적 분석(AHP)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AHP 분석은 경제성을 비롯해 지역균형발전과 정책적 필요성 등을 고려한 평가 방법으로 0.5 이상이면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AHP 평가에서도 B/C가 0.8 이하면 아무리 다른 점수가 높아도 기준선인 0.5를 넘을 수 없다"며 "사실상 경제성이 가장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만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