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문체부의 1년 성적표

지난 3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했을 때 문체부 안팎에서는 핑크빛 기대감이 쏟아졌다. 문체부 출범 이후 내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장관을 배출했다는 점, 차관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 7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 '역전의 용사'라는 점, 그리고 문체부 내부 직원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선배라는 점 등이 대표적인 이유였다.

특히 새 정부가 4대 국정기조로 '문화융성'을 내세우면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문화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8개월여 지난 이 시점 뒤돌아보면 문체부가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

문화융성은 손에 잡히는 성과물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이나 반구대 암각화 문제 등 문화재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급기야 문화재청장이 교체되는 사태까지 빚었다. 얼마 전에는 대표적인 문체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의 이참 사장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술계에서 퇴진 논란을 빚은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임기를 문체부가 1년 더 연장하면서 미술계의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문화계 안팎에서는 "장관이 여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탄식이 쏟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사전에 여러 차례 경고등이 켜졌지만 유 장관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적절하게 대처하지도 못했다는 데 있다. 문화재청장에 대해서는 이미 취임 직후부터 문화재청 안팎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고 관광공사 사장 역시 이전부터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기자는 소통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출입기자 사이에서 유 장관은 역대 문체부 장관 가운데 가장 만나기 어려운 장관으로 통한다.

취임 이후 어느 언론과도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바 없다. 기자들과의 간담회도 손에 꼽을 정도다. 기자가 취재하고 싶을 때 언제든 만날 수 있었던 지난 장관 시절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제 내일(20일)이면 문체부도 세종청사로 이전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떠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물리적인 거리와 상관없이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그것이 정책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 장관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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