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CEO]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S-Oil 사장

신바람 나는 조직문화 만들기 '선봉장'
全 임직원 2주간 '집중휴가제' 도입
틈나는 대로 현장 직원들과 대화도


지난 6월 창립 35주년을 맞은 S-Oil은 '수익성 있는 지속 성장' 전략을 추구하며 미래 이익 창출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그 선봉에는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Ahmed A. Subaey) 대표가 있다. "S-Oil의 미래는 한국에서 가장 신바람 나게 일하는 최고의 직장입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이렇게 밝혔듯, 수베이 대표는 S-Oil이 한국 사회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더욱 튼실하게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을 자신의 '미션'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8년 3월 S-Oil에 부임한 수베이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에서 27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유전개발 프로젝트와 사우디의 전력부문 민영화 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기획과 엔지니어링 부분을 담당하는 등 원유 채굴에서 정제 분야까지 다양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사우디 아람코의 일본 자회사인 사우디 페트롤륨(SPL) 사장과 미국 소재 자회사인 사우디 페트롤륨 인터내셔널(SPI) 사장 겸 CEO도 역임해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까지 갖췄다. 취임 직후 1조3,000억원 규모의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등 S-Oil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확장된 온산공장이 지난 4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S-Oil의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은 종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통해 경쟁사들보다 10년 이상 앞서 고도화 설비를 도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정유 부문과 더불어 수익구조 다각화를 실현할 전환점을 앞두게 됐다. 수베이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S-Oil의 먼 미래를 대비해 태양광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전지 주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한국실리콘의 최대주주인 오성엘에스티와 함께 조인트 벤처 형태로 경영에 참여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수베이 대표는 "최근 완공된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가 기존 사업분야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이번 신재생에너지 분야 진출은 S-Oil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확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베이 대표는 조직 문화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킨십 경영'을 중시하며, 조직과 임직원에 대한 관심을 리더십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CEO는 관리자에 불과하다. 진정한 리더는 구성원들을 보살피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이끌어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마주해야 한다"는 게 그의 CEO 철학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해 전 임직원이 2주간의 장기 휴가를 가도록 '집중휴가제'를 도입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내린 결정이다. 특히 상사 눈치보기 등으로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업무 대행체제를 도입했다. 임원이나 팀장이 집중휴가를 떠나면 다른 임원, 팀장이 대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 또 매주 각 부문 팀장들과 돌아가며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틈나는 대로 울산공장을 방문해 현장 근무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혼자 모든 일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늘 직원들에게 관심을 두고, 평범한 이들로부터 능력 이상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경영 철학에서다. 수베이 대표는 S-Oil 창사 이래 첫 사옥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마포 공덕역 인근에 세워진 지상 23층의 첨단 인텔리전트 사옥은 마포 황포돛배를 형상화한 특징적 외관으로 지역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수베이 대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S-Oil의 미래, 꿈, 비전에 대해 말하면서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He is ▦1961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북애리조나대학 전기공학과 학사,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석사, 미국 스탠포드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1998~2003년 사우디 아람코 ▦2003~2006년 사우디 페트롤륨 도쿄(SPL) 사장 ▦2006~2008년 사우디 페트롤륨 인터내셔널(SPI) 사장 겸 CEO ▦2008년~ S-Oil 대표이사 CEO
'이수배'로 이름 바꾸고 의사소통도 한국어로
● 수베이 대표의 한국 사랑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수배입니다. 본관은 울산입니다." 수베이 대표는 처음 만나는 한국인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면 한국말로 이렇게 말한다. 그이 명함에는 '이수배(李秀培)'라는 한글이름이 한자와 함께 적혀있다. 자신의 이름 '수베이'를 한국식으로 바꿔 빼어날 수, 북돋울 배라는 한자까지 넣었다. 본관은 S-Oil 생산공장이 울산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 이처럼 자신이 근무하는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야말로 오늘날 S-Oil의 성공 신화를 이끈 배경이 됐다. 성격이 밝고 외향적이며 친화력이 뛰어난 그는 한국에 부임한 이후 한국사회와 문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다. 한국어 배우기에도 열의를 보여 지금은 웬만한 의사소통은 모두 한국어로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또 여가시간에는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서적을 탐독한다. 가끔 한국인보다 한국 역사에 더 해박해 임직원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첫 만남에서 출신 고향 이야기를 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바꾼다는 점을 파악해 비즈니스 미팅이든, 사적인 자리에서든 한국인을 만났을 때는 빼놓지 않고 상대방의 본관과 고향을 묻는다. 그 지역의 역사와 특산물, 향토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풀어가는 게 그가 즐겨 쓰는 대화법이다. 목포 출신에게는 한국인들도 먹기 쉽지 않은 홍어 삼합을 맛본 경험담을 들려준다. 춘천 사람에게는 "닭갈비로 유명한 호반의 도시죠"라며 서툰 한국말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밀감을 높인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천고마비(天高馬肥) 등 어지간한 사자성어는 의미와 유래도 정확하게 알고, 상황에 맞춰 순발력 있게 구사한다. '스킨십 경영'을 위해 직원들과 등산을 함께 하거나 체육대회를 열기도 한다. 지난 2009년 S-Oil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본사ㆍ지방 근무자 전원이 참가하는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이는 수베이 대표가 한국 특유의 '정(情)'을 바탕으로 한 끈끈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특별 지시한 것. 회사 관계자는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수베이 대표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직원들과 한 마음이 되기 위해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한 것 같다"면서 "직원들도 수베이 대표의 이 같은 경영방식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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