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를 유용한 광물로...21세기형 연금술사


중세 연금술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영혼을 정화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납이나 구리 같은 흔한 금속을 금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면 그 제련과정에서 자신의 영혼도 깨끗해질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기적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열정은 과학과 의학 전 과정에서 놀라운 성취를 이끌어냈다.

지난 2004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개교와 함께 겸임 교수로 재직해 온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장영남 박사는 광물 합성 분야에 34년을 몸담아 온 현대의 연금술사다. 그리고 장 박사의 연금술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Q. 광물합성이라는 분야가 다소 생경하게 들립니다.

대학(고려대 지질학과 71학번)에서는 지질학을 공부했지만 독일로 유학을 떠나면서 광물 합성(mineral synthesis) 분야를 택했어요. 전통적인 광물학은 이미 연구가 많이 된 분야라서 독창적 성과를 창출해내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광물학에서 새로운 것을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인공적으로 광물을 만드는 것뿐이라고 판단을 한 거죠. 광물 합성은 이를테면 연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폐자원 재활용 분야의 전문가로 알고 있는데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무엇인지요?

최근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하는 기술이에요. CO2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고, 또 최근에 기후변화가 심각한 만큼 CO2 배출을 억제하자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CO2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인데 크게 3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CO2를 액화시켜 땅속에 매장하는 지질학적 방법, 두 번째는 CO2를 일산화탄소(CO)로 만들어서 알코올이나 유기물로 변환하는 화학적 방법, 세 번째는 CO2를 석회석으로 만드는 광물학적 방법입니다.

여기서 지질학적 방법은 공간적 제약이 크고, 화학적 방법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저희는 광물학적 방법을 연구 중이며,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Q. 구체적인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일단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면 황(S)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대기로 방출되면 유해하므로 물속에 집어넣습니다. 이게 바로 황산이에요. 그런데 황산도 유해하기 때문에 이를 다시 석회석으로 중화합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석고가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약 400만톤이 나옵니다.

문제는 이 석고가 버릴 곳이 마땅치 않은 골칫덩이 폐기물이라는 겁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화력발전 비중의 증대로 인한 석고 배출량 증가 가능성도 큽니다.

바로 이 시점에 저희 기술이 들어갑니다. 석고를 CO2와 암모니아에 반응시켜 석회석과 황산암모늄으로 변환하게 됩니다. 석회석은 시멘트의 원료로, 황산암모늄은 비료로 쓰이죠. 결과적으로 환경에 유해한 CO2와 석고 폐기물을 감축하면서 유용한 산업소재를 생산하는 일석이조의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실용화 단계의 경제성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기술 자체는 이미 실용화 가능한 수준입니다. 석고 400만톤을 전환한다고 할 때 CO2가 100만톤 가량 투입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가 가능합니다. 1톤당 50달러라고 가정하면 무려 5,000만 달러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다만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려면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공사가 운영하는 발전소에서 연간 몇 톤 이상의 석고 또는 CO2의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 이 기술을 활용한 많은 회사가 설립되고,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습니다.

Q. UST의 교수로서 느끼는 UST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은 연구소 자체가 현장이라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곧바로 박사학위 논문이 되는 거죠. UST의 학생들은 어디에 가서든 즉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취업준비가 끝난 좋은 ‘물건’들이라 할 수 있어요.

교수들이 칠판에 판서한 내용만 보고 공부한 학생과 직접 플랜트를 건설해본 학생과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특히 저희 연구실은 국내의 다른 연구진은 물론 해외에서도 다루지 않는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합니다.

Q. 제자들에게 항상 강조하시는 가치가 있으신지요?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를 요구합니다. 사실 기술적인 요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물을 볼 때 얼마나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죠. 보통사람과 다르게 오랫동안 쳐다보고 고민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사람과 똑같이 봐서는 얻는 것이 없습니다.

두뇌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어떤 현상에 대해 자꾸 생각을 하다보면 새로운 게 나타나기 마련이에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빌리자면, 창조는 이미 존재해 있는 것을 다른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은 수천만 명이 봤지만 거기에서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은 뉴턴 한 사람 뿐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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