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제경제 전망] EU·일·중 먹구름에도 미국 3%이상 '원톱 성장' 지속할 듯

美 소비·투자 등 회복세 뚜렷… 세계경제 3~4% 성장 견인 예상
유로존 디플레 그림자 짙어지고 日은 과도한 엔저에 내수 타격
中·러 등 신흥국 경제도 불안



2015년 세계 경제는 미국이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원톱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일본 경제가 각각 성장률 1% 안팎의 더딘 걸음을 보이고 중국 경기마저 둔화되는 가운데 오로지 미국에 의존해 세계 경제가 3~4% 성장하는 시나리오다.

유일한 버팀목이 될 미국 경제는 올해 3%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과 소비 개선, 투자 회복, 주택 및 증권거래 활성화 등 경제가 회복될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힘이 실린다. 경제방송매체 CNBC는 "2014년의 고용성장세가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강세를 보였다"며 "2015년은 미국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유가 하락에 힘입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휘발유 값이 15% 변동하면 (미국의) 연간 소비지출 여력은 600억달러 움직인다"며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소득의 상당 부분을 기름 값에 쓰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특히 향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미국 경제에도 복병은 있다. 고용은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질적 개선은 미흡하다. 미국의 경기 호조로 국제 투자금이 몰리면서 미국 달러화와 증시가 과열되는 점은 각각 수출과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그 충격이 실물과 금융 부문 전반에 미칠 수 있다.

유럽·일본과 중국 등 미국 외 주요국의 경제 전망은 어둡다. 특히 유로존은 새해에도 세계 경제에 짐을 지우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유로존의 경우 지난해 2·4분기 이후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독일·프랑스 등 1·2위 경제국에서조차 투자부진 현상이 뚜렷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조기 총선에 따른 리스크가 다시 부각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올해 유로존이 믿을 구석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뿐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채 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도 불사할 수 있다고 벼르고 있다. 다만 독일 등의 반대가 워낙 심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삭소그룹의 외환전략을 총괄하는 존 하디는 "드라기가 원하는 것(양적완화 확대)을 얻지 못한다면 2015년에 물러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세계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고조돼 통화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물론 미국 비우량채권 시장에서 자금이탈이 촉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경제 역시 지난해 정부와 중앙은행의 잇따른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다소 개선되고 법인세 인하 추진 등에 힘입어 기업투자가 미약하게나마 살아날 수는 있지만 과도한 엔화 약세로 내수산업과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역시 세계 경기 부진으로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흥국 경제의 경우 인도·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면 중국·러시아 등 각국에 먹구름이 자욱하다. 중국은 소비와 수출의 동반부진으로 성장률이 올해 7%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새해에 고강도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경기 관련 심리가 개선될 여지는 있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 역시 올해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할 변수로 지목된다. 서방의 경제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지속된다면 루블화 가치폭락과 자본이탈이 재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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