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적타결과 신년정국

여야가 새해를 불과 2시간여 앞둔 31일 오후 국가보안법 등 핵심쟁점에 대한 극적으로 대타협을 이룸에 따라 파국으로 치닫던 대결정국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저녁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제시한 최종 중재안을 논란 끝에 수용키로 결정, 정기국회와 임시국회 내내국회순항의 발목을 잡아온 4대입법의 논란을 가까스로 `봉합'했다. 새해 예산안을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직전에, 또 자이툰부대 파병연장동의안도 시효만료 직전에 처리함으로써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나 위헌적 국군주둔 사태는막을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로 이번 임시국회 파행은 정도를 지나쳤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여야간 조성된 휴전은 지극히 한시적인 것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4대입법 대치과정에서 여야는 상대와 메워야할 이념의 골이 너무도 깊다는 것을 서로가확인했기 때문에 다시 협상테이블이 차려지면 국회는 일순간 `전장'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특히 여야는 대치정국의 뇌관인 4대입법 중 국가보안법 개폐문제,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핵심 3개 법안의 처리시점을 내년 2월로 일단 넘겨놓은 것에 불과하기때문에 재격돌은 단지 유보돼 있을뿐이라는 것이다. 당장 신년초부터 여야는 3대 쟁점법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기선잡기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여야간 휴전은길어야 한 달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양당이 명운을 걸고 있는 국보법 문제의 경우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있는 열린우리당과 이에 맞서 폐지반대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기싸움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열린우리당의 4월초 전당대회, 4.30 재.보선 등의 정치일정은 여당의노선경쟁에 불을 댕길 것으로 보여, 3대 입법 논의를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당 당권주자들이 개혁성향의 진성당원 표밭을 다지기 위해서는 국보법 폐지라는 선명한 주장을 앞다퉈 강조하고 나설 개연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과의 대립각은 더욱 첨예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군다나 여야 내부에서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고, 이번 여야 4인회담 과정에서 드러난 각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월 3대 입법 재논의 과정에 이번 협상팀이 가동돼선 안된다는 판단이 각당 의원들의 머리를 지배한다면, 적어도 원내대표의 교체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결국 금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4대입법 논란은 연내 딱부러진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새해 2월까지 논란의 불씨를 넘김으로써 17대 국회의 협상력 부재와 리더십실종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오점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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