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일경 강우석 감독의 영화`실미도`가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꿈의 숫자`였던 관객 1,000만을 넘어선 영화의 탄생을 앞두고 영화가의 분위기도 자축 일색. 할리우드 영화로 점철되던 연말 시즌에 `반지의 제왕`이라는 희대의 흥행 대작과 맞붙어 얻어낸 결과이기에 더욱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개봉한지 채 두 달이 안 되는 시기에 국민 4명 중 한명이 관람한 셈임을 생각한다면 사회 현상이라 일컬어도 무방하다. 뒤따라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기세 역시 폭발적이어서 한국 영화의 미래를 새삼 주목하게 한다.
하지만 `관객 1,000만 시대`의 전망이 꼭 장미빛인건 아니다. 우리 영화 산업의 시장 질서가 아직은 불안정하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공통적 의견. `실미도` `태극기…`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패배를 거듭했단 블록버스터 유행이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예상도 있고, 폭넓은 해외수출이 뒤따를 때 진정한 활로를 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높아 간다.
◇1,000만 관객 돌파 그 이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룩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돈이 아닌 연출력에 주목하는 문화를 공고히 했다는 점이다. 잇단 블록버스터의 흥행 실패로 위축됐던 영상투자도 두 작품 이후 연출력을 갖추었다고 판단되는 블록버스터로 몰리고 있다. 이런 집중 현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물론 만만찮다. 소규모 영화의 경우 개봉관 숫자를 논하기에 앞서 제작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우석 감독은 “`타이타닉`이 희대의 성공을 기록했던 무렵 할리우드에도 한동안 블록버스터 제작 열풍이 불었으나 2~3개월을 못 넘겼다”며 “일시적인 현상이며 결국은 작품의 질이 관객을 부른다”고 말했다. 한 창투사 관계자도 “관객이 원하는 것은 돈 많이 들인 영화가 아니라 볼만한 영화”라며 “당분간의 유행으로 보여 올해 투자할 영화를 아직 정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영화, 체질 튼튼한가=한국 영화가 전체 관객 점유율의 50%를 바라보고 있지만 영화 산업의 수익 구조가 안정권이라 평가하는 시각은 드물다. 시장 규모 역시 한 두 편의 영화로 크게 달라질 수 없는 문제. 컨텐츠 자체의 힘만으로 얻어낼 수 있는 관객수는 최대 500만 명 수준이라는 게 현 창투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자체 자금이 부족한 제작사가 외부 투자로 영화를 만들다 보니 자금이 축적되지 않는 악순환도 거듭된다. 여기에 투자사와 영화인들의 시각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상존한다.
◇복합 상영관, 역기능도 있다=`실미도`와 `태극기…`의 손익분기점은 각각 관객 350만 및 450만명 수준. 많은 자금이 들어간 대형 영화의 경우 손익분기점 역시 높아 극장 확보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다. 여타 영화의 극장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여기에 우후죽순 들어섰던 복합 상영관들이 현재 손익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시점이어서 흥행성을 지닌 영화를 내거는 현상이 심화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국내 스크린의 빠른 증가세가 예상되는 만큼 안정권에 접어든다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강우석 감독도 “다양성 확보라는 당위 차원이 아니라 시장 자체의 요구로 인해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배급사가 한 데 얽히는 현 구조를 생각할 때 이러한 주장이 빛을 잃는다는 의견도 있다. `실미도`는 굴지의 배급사 중 하나인 시네마서비스가 제작 및 투자, 배급에 나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배급사 쇼박스의 관계사인 미디어플렉스가 최대 투자사로 있다. 결국 `지지 않는 스크린 수`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 셈이다.
◇대안은 수출=현 영화가가 주목하는 `한국 영화의 미래`는 다름아닌 수출 여부다. 좁은 규모의 국내 시장에 무리수를 가하지 않고 이익 창출에도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은 수출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물론 할리우드 영화에 손색 없는 흥행력을 입증해 낸 근래의 성공에서 온다. 충분히 수업료를 치른 다수 창투사들도 이젠 수출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창출될 수 있는지를 투자 검토의 0순위에 올려 놓고 있다. 현재 백방으로 뛰고 있는 두 영화의 수출 소식에 기대가 모아지는 다른 이유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