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증 신용대출 확산돼야

그동안 은행들이 고객의 신용을 심사해 돈을 빌려주는 신용대출을 하지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담보없이 돈을 빌려주면서도 미덥지못해 보증인을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보증인이 없을 경우라도 대출한도가 최고 2,000만원에 불과해 실질적인 혜택이 못된다는 불만을 사왔다.그러나 주택은행의 조치는 진정한 의미의 무보증 신용대출이 도입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고 대출한도가 2배이상 늘어난데다 그 대상과 대출한도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신용만 좋다면 앞으로는 1억원 정도도 대출서류에 서명만하면 간단히 빌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형 신용대출관행이 드디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여신관행이 이제야 정상화되는 단초가 될것으로 믿는다. 주택은행에 앞서 신한은행도 이미 무보증신용대출한도를 대폭 늘렸다. 다른 은행들도 두 은행의 결단에 동참,무보증 신용대출 관행이 확산 정착되기를 바란다. 금융기관이 신용대출을 하는 것은 큰 선심을 쓰는 게 아니다. 은행의 대출은 원래 신용대출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우리 은행들은 담보나 보증이 없으면 대출을 거부하기 일쑤였다. 신용사회가 정착되지않은 현실에서 금융기관만 나무랄 수만 없는 사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담보와 보증에만 매달리는 것은 전당포들이나 하는 후진적인 여신관행이다. 지난해 국내은행은 사상최대규모인 14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엄청난 부실채권 탓이다. 담보와 보증을 잡았는데도 엄청난 부실채권이 생긴 것이다. 다른 설명도 있지만 담보와 보증만 믿고 대출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돈을 빌려준 기업이나 개인이 사업이나 자금관리를 제대로 해 상환할 능력이 있는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제때 예방조치를 했다면 그렇게 많은 대출이 부실화 될 수가 없다. 반면에 신용대출을 원칙으로 하는 국내 외국계은행 지점은 지난해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 은행들의 여신관행이 선진화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를 더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는 사례일 것이다. 은행들이 보증받기를 고집해 보증인의 재산까지 하루아침에 날아가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파괴되는데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은행권에서 최근 여신관행개혁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신용대출을 확대하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불성실한 기업정보 공개를 막는 제도의 강화도 중요하다. 또 여신전문가를 키우고 신용대출취급자의 면책범위를 확대해야할 것이다. 담보와 보증을 중시하는 여신관행이 고쳐지지 않고서는 금융개혁이 완성되었다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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