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개혁 시작도 전에 중국 공산당 노선 갈등

개혁파 "입헌정치 도입" 주장에
보수세력 "미국의 대리인" 반발
3중전회 앞두고 사전 기싸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개혁이 시작도 되기 전에 중국 공산당이 노선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당내 계파 간 정치개혁에 대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고 중화권 매체들이 전했다.

중국 공산당 내부갈등은 때아닌 입헌정치 논쟁에서 시작됐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5~7일 해외판 1면에서 "입헌정치 개념이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미국 여론ㆍ심리전의 무기"라고 공격했다. 인민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식 입헌정치를 주장하는 자유파와 중국식 사회주의 입헌정치를 도입하자는 온건개혁파 등을 싸잡아 '미국의 대리인'이라고 표현하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인민일보의 이례적인 입헌정치 비판은 최근 중국 학계는 물론 당내에서도 입헌정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실제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당교의 리량둥 정치부 주임은 5일 "늦어도 오는 2020년 이전에 민주적 선거제 도입, 인민대표대회의 민주적 운영 등을 핵심으로 한 정치체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 주임이 입헌정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다른 목소리를 낸 셈이다. 이어 8일에는 정치평론가인 후싱더우 베이징이공대 경제학과 교수가 '2050년 중국헌법'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헌정이 실현돼야 중국 공민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내부갈등을 좀처럼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 중국 공산당이 입헌정치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표출한 데 대해 중화권 매체들은 당내 정치노선 갈등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달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특히 시진핑 정부 10년 집정이념이 결정되는 올 가을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정치개혁에 대한 사전 기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민일보와 당교의 설전에 침묵을 지키던 환구시보는 8일 사설에서 갈등의 실체를 인정하며 개혁 쪽의 손을 들어줬다. 환구시보는 "이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통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이런 이견에 대응할 방식과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입헌정치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다름 아닌 시 주석이다. 그는 공산당 총서기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헌법공포 3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공산당은 반드시 헌법과 법률의 범위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언급, 개혁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중국에서 입헌정치 논란은 중국의 정치체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이슈다. 시 주석이 언급한 헌법과 법률 범위 내 활동이 서구식 입헌정치 개념으로 이해될 경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지속돼온 국가와 사회에 대한 당의 절대적 지도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과 관련해 시 총서기가 3중전회를 앞두고 개혁정신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치 로드맵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인민일보 등 관영언론을 틀어쥔 선전부를 비롯한 당내 보수세력이 격렬한 저항에 나선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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