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심상찮다" 줄줄이 골프 취소하는 공무원들

尹 파문에 "구설수 오를라" 개인 모임까지 없던 일로
'술자리는 1차만' 신풍속도


중앙 정부부처의 한 관료는 지난주 말 골프 약속을 줄줄이 취소했다. 그는 "민간 업자와의 약속도 아니고 사적인 모임 차원이었지만 괜스레 구설수에 오를지 몰라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가 불과 일주일 앞둔 골프 약속을 부랴부랴 취소한 이유는 간단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파문으로 공직사회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골프를 칠 엄두가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12일 관가와 골프장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윤창중 사태가 터진 후 지난주 말 수도권 곳곳 골프장에서는 예약 취소가 이어졌다.

기업체의 한 대관 담당 임원은 "공무원들과 했던 약속이 줄줄이 취소됐다"며 "공직사회 분위기가 워낙 삼엄하다 보니 당분간 골프 약속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장은 올해 줄줄이 악재만 겹쳤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북한 리스크, 새 정부 출범 지연, 금융계 및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사 혼란 등이 이어져 각계의 몸 사리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올 초에는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연일 도발적인 발언을 내놓는 안보위기 상황 속에 현직 군 장성이 주말에 골프를 치고 경찰서장이 규정된 근무지를 벗어나 관내 인사들과 라운드를 해 사회적 비난이 쇄도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직사회 전반에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가 벌어진 것도 골프장 경기침체에 한몫을 했다. 감사원은 최근까지 대부분의 공기업 및 정부부처 등을 대상으로 고강도 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업무 과정에서 주고 받은 작은 선물까지도 일일이 액수를 보고해야 할 정도로 피곤한 감사가 이어졌다"며 "감사 여파로 고위 간부들도 대부분 골프 약속을 미뤄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안 좋던 와중에 윤창중 사태까지 터지자 공직사회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유례없는 사태를 맞닥뜨린 청와대가 공직사회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의 한 공무원은 "요새 같은 시기에 공직사회에서 작은 문제라도 터지면 정말 감당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골프는 정말 한가한 얘기"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의 또 다른 관료는 "골프는 물론이고 저녁에 2차 자리도 조심하고 있다"며 "웬만하면 1차에서 술자리를 끝내고는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윤창중 파문의 경우 소재 자체가 여성과 관련된 일이어서 당분간 공직자들이 이와 관련된 술자리에 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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