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연령대 따라 세분화 '사이버 표준한국인' 탄생

산자부 기술표준원, 3차원모델 10개 개발
의류·신발등 한국인 체형에 맞게 제작 가능

패션업체 S사의 여성브랜드사업부에서 일하는 박모 대리. 신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그를 가장 괴롭히는 일 중 하나는 타깃 소비층의 체형기준을 마련해 실물 마네킹을 만드는 일이다. 주소비층인 20~30대의 빠른 체형변화를 정확히 파악해 마네킹을 확보하는 것이 맵시 있고 편안한 옷을 제작하는 출발점이어서 사업부장이 깐깐하게 이를 챙기기 때문이다. 꿈 속에서도 마네킹을 만나 가위 눌리곤 했던 박 대리의 삶에 해뜰 날이 왔다. 한국인의 체형을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표준화한 사이버 모델이 탄생한 것. 일명 ‘사이버 표준 한국인’은 입체적으로 형상화돼 의류뿐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 및 생활공간 디자인에도 활용할 수 있다. 2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성별로 20~60대까지 각각 구분해 10명의 한국인 표준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모델은 컴퓨터를 통해 전신이 떠올라 동작 하나하나를 살필 수 있는 3차원 사이버 인간이다. 기표원은 우선 사이버 표준 한국인을 의류ㆍ신발ㆍ가구ㆍ자동차 등 4대 산업 중심으로 실제 제품설계에 이용하기로 했다. 옷이나 신발 등을 제작할 때 더 이상 사람 몸에 직접 맞춰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 대리의 부서는 일일이 체형정보를 조사해 실물 마네킹을 만드는 대신 타깃 연령대의 한국인 사이버 표준체형에 기초한 마네킹을 컴퓨터로 끌어와 이를 맞춰보기만 하면 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이 사이버 마네킹을 판매에 이용할 수 있다. 사이버 표준 한국인의 발을 기초로 한국형 구두골도 개발할 수 있다. 한국인의 발 모양은 남자의 경우 오리발ㆍ새발ㆍ거북이발형이 많고 여자는 주로 오리발ㆍ새발ㆍ다람쥐발ㆍ거북이발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화업체들은 소비자들이 더욱 편안한 구두를 신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가구 설계나 자동차 내부 제작시에도 사이버 한국인이 등장해 우리 체형에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을 만들어준다. 사이버 한국인은 모든 동작을 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한국인에게 가장 잘 맞는 형태로 가구나 자동차 내부를 설계하도록 제조업체에게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4대 산업 외에 고령자의 동작 특성을 조사한 자료를 활용해 만든 욕창 방지용 매트, 주거공간 설계 가이드라인 등도 마련됐다. 기표원은 앞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고령자ㆍ장애인 등의 인체치수ㆍ형상ㆍ동작특성 자료 등도 산업계에 제공할 계획이다. 사이버 표준 한국인은 지난 2003년부터 한국인의 인체표준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사이즈코리아(Size Korea)’ 사업의 일부분으로 기표원은 이 사업을 위해 2년 동안 전국의 1~90세 2만여명의 인체치수를 조사한 뒤 한국인 인체표준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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