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아는 여자

엉뚱하지만 상큼한 로맨틱 코메디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고교시절 잘 나가던 야구 투수 출신인 ‘동치성’. 하지만 프로에 온 그는 2군을 전전하는 그저 그런 ‘외야수’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차이기도 한다. 게다가 의사로부터는 3개월 시한부 인생 판정까지 받는다. 그런 그의 곁에 한 여자가 있다. 동치성과 한 동네에 사는 ‘한이연’. 학창 시절부터 10년 넘게 치성만을 짝사랑하지만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왔을 뿐이다. 이를테면 ‘순수한 스토커’. 치성이 즐겨 가는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며 그를 바라 보는 게 행복할 따름이다. 그런 이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치성은 자신을 찬 옛 애인에게 이연을 그냥 ‘아는 여자’로 소개한다. 25일 개봉하는 ‘아는 여자’는 두 젊은 배우 정재영ㆍ이나영을 내세운 사랑이야기 영화다. 자칫 눈물 콧물 짜내는 최루성 ‘신파 영화’로 전락하기 쉬운 소재를 장진 감독은 특유의 재치로 맛있게 풀어간다. 영화는 심각해야 할 상황 속에서 뜬금없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죽기 위해 나선 마라톤 대회에서 김치냉장고 상품을 타 온다든지 치성의 진짜 병명이 밝혀지는 장면들은 과장되다 싶을 정도의 아이러니를 지닌다. 사실 이 영화를 ‘코미디’로만 묶어 놓기엔 다소 썰렁하다. 오히려 영화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정답들을 툭툭 내뱉는다. 평생 제대로 된 사랑이라고는 못 해본 치성에게 동네 좀 도둑은 “사랑은 그냥 사랑일 뿐”이라고 말한다. 나이를 묻고, 집에 바라다 주는 평범한 일상이 모두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간 ‘실미도’ 등에서 선 굵은 남성성을 드러냈던 정재영은 의외로 코믹물에서 색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조금은 바보 같아 보이는 이나영 역시 그 귀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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