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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장성급 이상' 군사회담이 성사된 배경에는 우발적 충돌을 피하자는 교감이 작용했다. 또 대북전단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북한 내부사정과 집권 3분의1을 넘기도록 이렇다 할 진전을 못 내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관계 개선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점심시간을 포함해 다섯시간 넘게 진행된 남북 군사회담의 막전막후를 알아본다. 그러나 정부는 끝까지 회의 내용을 밝히지 않아 비밀주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어떻게 만났나…의제와 회담 경위=남북한 군사당국자가 머리를 맞대기까지는 북한의 선요구가 있었다. 지난 7일 북방한계선(NLL) 남쪽에서 남북 함정 간 갑작스러운 해상 교전 직후 8일 전언통신문을 통해 군사회담을 제의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회담 성격과 내용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지만 크게 두 가지 논의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남북 실무급 군사회담을 맡았던 문성묵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위원(예비역 육군 준장)은 "우발적인 무력충돌 방지와 연평도 피폭사건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최근 잇따라 발생한 서해 NLL 교전 및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된 총격사건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최근 사건에 대해 남측이 과도하게 대응했다는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 중지와 언론을 포함한 비방 중지를 요구했다. 남북은 두번째로 연평도 피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5·24조치 해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발언한 점도 회담 개최와 의제 설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관급과 장성급 회담 중간' 중량감 있는 만남=알려진 대로 우리 측 대표가 예비역 중장인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이고 북측 대표로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이 나왔다면 회담의 격은 육군 소장급이 맡아온 장성급회담 이상이다. 국방장관 회담과 장성급회담의 중간 정도다. 중량감 있는 당국자끼리 만나서 총격전 얘기로 끝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연구위원은 "향후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든 군사적 충돌 방지가 핵심이기 때문에 군사당국자 간 회담이 성사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군사회담은 3년8개월 만이지만 장성급 이상 군사회담은 2007년 12월 이후 7년 만에 성사된 것이다. 다만 이날 회담에서 향후 일정을 약속하거나 합의문을 발표하지 않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 쉬쉬 일관…투명성 결여 빈축=정부는 이날 군사회담 관련 내용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 빈축을 샀다. 국방부와 통일부 등 유관부처 관계자들은 이날 회담과 관련해 사전협의 단계는 물론 오전10시 회담이 열린 후에도 오후 늦게까지 정확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회담 시간과 장소까지 공개한 후에도 "현재로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북측이 이번 회담의 비공개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투명성을 강조해왔고 2월 1차 남북 고위급 접촉 당시에는 공개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남북 대화를 원칙에 입각해서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남북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문제라는 점을 감안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