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실리 살린 이라크 파병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결정됐다. 정부는 어제(21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국군부대의 대 이라크전쟁 파병 동의안`을 심의 의결했다. 여야도 파병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오는 24일 임시국회를 소집한다. 이라크에 파병 되는 군인은 전원 비전투원으로 규모는 공병 600명, 의료지원부대가 100명 선으로 되어있다. 대 이라크전과 관련, 정부와 정치권의 이 같은 발 빠른 대응과 초당적인 협력은 노 대통령의 전쟁지지 선언에서도 감지됐지만 이라크전 이후를 감안한 성격이 짙다. 현재의 전황은 미군이 수도 바그다드에 대한 집중적인 공습을 감행한데 이어 남부의 전략요충지인 바스라로 향해 진격중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대로라면 빠르면 앞으로 1주일 이내에 바그다드에 육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인 속전속결로 정부가 파병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장기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일단 파병준비를 끝내 놓고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방편일 수 있다. 특히 국내의 반미 여론과 북한 핵 문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한미간의 갈등 등을 감안한다면 파병의 조기 결정은 잘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번 이라크전은 지금까지의 여느 전쟁과 그 성격이 다르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 이를 강행한 배경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세계의 문제아` 후세인을 권좌에서 몰아내겠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사실은 `힘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것`(팍스 아메리카나)이 진짜 속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이라크가 세계 제2위의 석유 매장국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전후의 이라크에 대해 일정 기간 군정을 실시한 후 친미정권을 세운다는 계획을 보면 이번 전쟁의 참뜻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의 조기파병 결정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살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명분도 그렇지만 실리는 우리경제와 관련, 계량하기가 쉽지 않다.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이번 전쟁의 비용은 단기전 440억~600억달러, 장기전일 경우 1,0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12년전 43일간의 걸프전 때는 600억달러가 소요됐다. 여기에 전후 복구비 및 평화유지비로 5년간 250억~1,050억달러의 비용이 쓰일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우리기업들 마다 `제2의 중동 특수`를 꿈꾸며 `이라크 프로젝트`에 여념이 없는 것도 바로 전후의 복구 참여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에 파병되는 부대가 전투가 아닌 비전투 부대라는 점에서 일단은 안심이 된다. 그러나 기후와 풍토 등 국내와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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