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뉴욕증시를 규정하는 용어는 '불확실성'이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불확실성 ▦불투명한 기업 수익 개선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 회복 등의 악재가 이번 주 뉴욕 증시를 4주째 하락세로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시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 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고, 경제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상황이 좋아질 때를 기다리게 된다.
이번 주에는 16일에 유대인들이 자신의 죄를 고해성사하는 욤 키퍼 데이로 뉴욕 증시는 정상 영업하지만 유대인들은 휴일이다. 따라서 증시 거래량이 줄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이 자신의 명절엔 주가를 큰 폭으로 떨어뜨리지 않는 관행이 있어 주목된다. 17일은 지난해 테러 이후 4일간 휴장한 뉴욕 증시가 재개장한 날로 트레이더들이 애국심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ㆍ11 테러 1주년을 보내면서 애국적 열기는 식어가고, 투자자들은 정치ㆍ경제 상황의 현실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주 뉴욕 증시에 가장 불안 요소는 이라크 공격이다. 지난 주 1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유엔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호소함으로써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뉴욕에 머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들을 설득하고 나섰는데, 유엔 안보리 결정의 최대 관건인 러시아도 미국의 뜻에 원칙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이라크 공격의 불안감은 증시에선 악재로 나타나고 있지만 채권 시장에선 안전한 투자처를 찾으려는 자본의 이동으로 큰 호재가 되고 있다. 달러는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유럽과 일본보다 낮다는 인식과 전쟁시 달러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강세가 전망된다.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원유 증산이 결정될지 여부가 국제유가와 뉴욕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뉴욕 증시는 주초에 이른바 '애국적 랠리'가 형성됐으나 주말엔 이라크 공격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5 영업일 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1.4%, 나스닥 지수는 0.3%, S&P 500 지수 0.5% 하락, 주간 단위로 3주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뭉칫돈이 갈데가 없다=뉴욕 금융가에 대기하고 있는 거대한 유동자금이 갈데가 없다는 것이 지난 여름 이후 대체적인 양상이다. 뉴욕 증시가 3년째 하락하면서 증시에서 빠져 나온 유동성이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한때 아시아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했지만 매력을 잃었고, 유럽 경제도 미국보다 좋은 여건이 아니라는 게 입증되고 있다.
현재 대규모 유동자금의 일부가 미국 국채(TB) 시장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나 상당수는 여전히 머니마켓에 잠겨 있다. TB은 경제 상황이 악화될수록,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상승세를 지속, 현재 기준물인 10년물 TB 수익률이 40년만에 최저인 4% 이하로 떨어져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TB 가격에 거품이 형성돼 있어 더 오를수 없다고 하지만, 전쟁이 임박해지면서 그래도 주식보다 낳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TB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주택금융 조건도 쉬워지고, 안전한 자산에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
TB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돈이 빠져나와 다시 주식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재의 여건은 그렇지 않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투기성과 변동성이 강한 주식보다는 안전한 자산으로 옮기려는 심리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수익 악화=이번 주 관심을 끄는 기업은 오러클이다. 이외에도 가전소매 체인점인 베스트바이, 서킷시티 등이 분기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주도 많은 기업들이 실적을 경고하는 워닝시즌(warning season)이 지속된다. 지난주 뉴욕 증시에 가장 충격을 준 기업은 하니웰이었다. 하니웰은 경영실적을 하향조정하면서 "기대했던 경기회복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고 불안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루슨트 테크놀로지, 맥도널드 등도 실적 저조를 경고했다.
경영분석기관인 퍼스트 콜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기업의 3ㆍ4분기 수익이 전년동기 대비 10.9%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의 3ㆍ4분기 수익 개선 기대치는 7월초에 16.6%에서 이달 초 11.2%로 하락했고, 조금 더 있으면 10%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