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천국'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줄어든 반면 매장 임대료 부담은 커지면서 세계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탈(脫)홍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명품 브랜드 구찌의 모회사인 커링그룹은 최근 홍콩 매장 임대주들과 임대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2·4분기 홍콩 매장 매출 부진이 뚜렷해 임대료가 인하되지 않는다면 커링그룹이 매장 폐쇄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프라다 역시 현재 홍콩 임대주들과 임대료 협상 중이며 지금보다 홍콩 매출이 더 안 좋아질 경우 계약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미 스위스 고급시계 업체 태그호이어는 지난달 높은 임대료로 홍콩 번화가 러셀스트리트에 있는 매장을 폐쇄했고 미국 코치도 같은 이유로 이달 센트럴 쇼핑지구에 있는 플래그십스토어의 문을 닫았다.
홍콩에 매장을 연 명품업체들이 홍콩을 떠나려는 것은 줄어든 손님과 높은 임대료로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홍콩을 찾은 중국인 수는 전년동기 대비 9.8%나 줄어들었다. 반면 주요 상권 임대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컨설팅 회사 CBRE의 통계에 따르면 1·4분기 기준 1제곱피트(1제곱피트=0.09㎡)당 임대료는 4,334달러(약 509만원)로 뉴욕의 3,617달러보다 높았다. 게다가 명품업체 본사가 몰려 있는 유럽의 유로화 가치는 갈수록 하락하는 반면 달러페그제 환율 정책으로 홍콩달러 가치는 오르고 있어 업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CBRE 홍콩 지점의 조 린 전무이사는 "홍콩 소매시장 분위기가 예전과 완전히 다르지만 여전히 임대료는 높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다"며 "입주기업들이 수익을 내려면 임대료를 낮추거나 매장을 철수하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