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자금 공개] 편법 동원시인…불법논란 거세질듯

“미흡하지만 큰 발걸음을 위한 작은 일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23일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사상 최초로 대선자금을 공개함에 따라 앞으로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논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는 진위 확인의 한계 등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대선자금 공개압력을 높이는 동시에, 민주당의 공개내용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킴으로써 정치자금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논의를 한걸음 나아가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날 편법적인 영수증 발행을 시인함에 따라 앞으로 선거자금, 정치자금의 편법ㆍ불법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고액후원금 절반이상은 편법 모금 =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 후원금을 모금하면서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했던 이유는 현행 정치자금법상의 기부한도와 지난해의 상황적인 이유 때문이다. 현행 정치후원금 기부한도는 중앙당의 경우 법인은 2억원, 개인은 1억원이다. 지난해의 대선상황을 돌이켜 보면 11월이전까지만 해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대세론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후원금들이 한나라당에 몰리면서 민주당이 11월말 후보단일화 이후 기업모금에 나서자 이미 대부분 기업의 후원금 기부한도가 차 버린 상태였다는 것. 따라서 민주당은 실제로는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으면서도 영수증은 기부한도가 찬 법인이 아니라 법인의 대표나 임직원등 개인을 상대로 영수증을 발행했다. 민주당의 고액 후원금중 3분2 정도가 이 같은 편법을 동원한 모금이었다. 이는 정치자금법상 `불법`은 아닐지라도 엄연히 법인의 기부한도를 초과한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편법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인 공개 = 민주당은 현행 정치자금법의 규정을 들어 후원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일련번호만 기재해 구체적인 검증이나 실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법 규정을 들어 후원자의 이니셜조차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1억원이상 후원 39건 중 몇개 기업이 후원에 참여했는지도 알 수 없게 됐다. 또 이날 공개된 자금은 선거대책위가 출범한 지난해 9월30일부터 투표일인 12월19일까지여서, 지난해 4월27일 후보 확정이후부터 모금ㆍ사용한 `실질적인` 대선자금의 일부에 불과하다. ◇장부외 특별후원금은 =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는 어떻게 보면 빙산의 일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장부에 잡히지 않은 특별후원금 등의 존재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현행 정치현실상 모든 정치후원금이 영수증을 통해 투명하게, 공식적으로 주고받기는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도 여야에 대선자금 공개를 요청하면서 경선자금의 경우 도저히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할 수 없었다고 시인하면서 관련 회계서류를 폐기했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진정한 정치자금 투명화는 이처럼 영수증을 주고받지 않는 특별후원금 문제를 어떻게 공개하고 투명화 하느냐에 달려있다. ◇재계ㆍ시민단체반응 = 재계는 민주당이 후원기업 명단을 이니셜로도 표현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평가하고, “정치 자금 문제는 정치권에서 알아서 할 일로 경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있는 것은 올바른 일이지만 이 문제가 확대 재생산돼 기업 경영에 해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조기에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제한적이나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놓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자금제공자를 밝히고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야당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돈을 준 사람을 공개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으며,여당이 마음을 비우고 추가공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선자금에 사실상 포함되는 경선자금 등도 공개해야 하며 야당도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여당이 추가로 정치자금 제공자의 실명을 밝히고, 검증은 전문가들에게 맡겨 계좌추적권을 부여하거나 국회에 강제조사권을 갖는 특위를 구성하는 등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의식기자, 김영기기자, 고광본기자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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