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 눈이야기] 컴퓨터와 시력은 무관

요즘 우리나라에는 컴퓨터가 엄청나게 보급되어 한 대 이상 갖고 있지 않는 아이가 없을 정도이다. 바야흐로 컴퓨터 시대다. 그런데 컴퓨터를 많이 보면 눈 나빠진다고 잔소리하는 엄마와 승강이를 벌이는 아이들도 많다. 특히 눈 나쁜 아이를 둔 엄마는 아이 시력이 나빠질까봐 컴퓨터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컴퓨터가 직접적으로 아이 시력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환경이 나빠 조명이 너무 어두우면 눈에 피로를 줄 뿐이지 시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눈이 나빠질 아이는 보통 사람보다 눈 길이가 길다. 정상인의 눈이 일반 수박같이 동그란 모양이라면 눈 나쁜 사람은 무등산 수박 같이 눈알이 길다. 눈이 많이 나쁠수록 눈 앞뒤거리가 길다. 정상인의 안구 길이는 2.3㎝인데, -5디옵터의 근시인 경우는 2.8㎝로 길다. 때문에 시력이 나쁜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향이 많아 7~10살에 나빠지기 시작, 성장이 멈추는 20살이 되야 진행이 멈춘다. 그래서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한 아이들은 안경을 기피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단 나빠진 근시를 막을 수는 없다. 안경을 끼면 시력이 자꾸 나빠진다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안 껴준다고 나빠지는 걸 막아주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눈이 나빠 안경을 껴주라고 하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근심어린 표정을 하면서 `안경을 꼭 껴야 되나요. 안 끼면 안되나요?`하고 반문하는데 가장 현명한 방법은 현재의 눈 상태에 맞게 안경을 착용해 눈의 피로를 막는 것이다. `안경을 착용하면 눈알이 튀어나온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눈이 나쁘면 각막은 딱딱해서 잘 늘어나지 않지만 주로 흰자부위가 늘어나서 흰자위가 많이 노출되고 전체적으로 눈이 약간 밀려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관상 눈이 크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더 예쁘게 보일 수도 있다. 대체로 20살이 넘으면 근시진행이 멈추고 눈도 길어지지 않는다. 가끔 눈이 나쁘지 않은데도 눈알이 튀어나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선천적으로 큰 경우이거나 갑상선기능 항진증이 있는 경우이다. <박영순ㆍ윤호병원안과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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