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7월 사우나 목욕관리사인 A(40)씨는 “마사회 경마장 부대 주정차장 사업에 투자하면 이익금을 준다”는 오랜 동료 오모씨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A씨는 오씨 소개로 사업가로 행세한 이모(49)씨를 만나 그 자리에서 3,000만원을 건넸다. A씨는 또 중도금 5,000만원과 경비조로 700만원 등 평생 땀 흘려 모은 돈 8,700만원을 이씨에게 투자했다.
그러나 이씨는 마사회와는 아무 관련도 없을 뿐 번듯한 사무실만 차려 놓은 사기꾼이었다.
사우나에서 이발사로 근무하던 B(55)씨도 이씨에게 속아 ‘알토란 같은 돈’을 떼였다. B씨 역시 같은 사우나에서 일하는 한모씨의 소개로 지난 2002년 5월 이씨를 만났다. 이씨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주차장 운영권을 유명 정치인 아들로부터 넘겨받았다. 1억을 투자하면 매달 2,000만~2,500만원을 배당금으로 받을 수 있다”며 B씨를 속여 5,000만원을 받은 뒤 가로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이중훈 부장검사)는 24일 이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검찰 조사 결과 전과4범인 이씨는 세상물정에 어두운 목욕관리사, 이발사 등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특히 사우나에서 오래 근무한 오씨, 한씨 등을 통해 사기대상에 접근, 이들을 방심하게 만드는 교묘한 수법을 썼다.
검찰은 A씨와 B씨 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