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1∼4호선 전체 구간 중 36%가량이 내진 기능을 갖추지 못해 대규모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가 예산이 없는데다 서울메트로도 적자누적으로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시민안전이 장기간 위협 받을 가능성이 높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4호선 전체 146.8㎞ 구간 중 53.2㎞가 내진 성능을 확보하지 못해 지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4호선 전체 구간의 36%에 달한다. 1~4호선이 내진 설계에 특별히 취약한 것은 전 구간이 지어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1971년 1호선 착공부터 1993년 4호선 개통까지 내진 설계 기준이 없어 2005년 제정된 규모 5.7~6.3을 견뎌낼 정도의 내진 성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5~8호선은 이후 지어진 것이어서 전 구간이 내진 설계로 건설됐다.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구간 가운데 보강 공사가 우선 필요한 '핵심시설'은 고가와 교량, 지상 정거장 20.2㎞다.
서울시는 2009년에 이미 지진 안정성 평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지난해 말까지 보강공사가 이뤄진 구간은 2.7㎞에 불과하다. 이처럼 내진 보강 공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내진 보강 공사에 총 3,2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양측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투자한 돈은 470억원에 불과하다. 2016년까지 42.9㎞에 대한 내진보강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0년이 돼도 보강공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3년간 매년 569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최근 3년간 지원한 돈보다 많기 때문에 내진보강 공사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서울메트로는 2012년 부채가 3조3,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81%에 달하는 등 적자구조의 재정여건으로 내진보강 사업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파격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서울시와 메트로 측은 "과거 건설 기준 미비로 내진 기능이 확보되지 않은 구조물에 대해서는 현재의 건설 기준을 준용해 국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형평성 문제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해 첨예했던 무상보육비 추가 지원에도 난색을 보인 정부가 내진보강 사업에 선뜻 예산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서울시가 만약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서울지하철 내진 공사는 10년 이상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서울 5∼9호선과 부산·광주·대구·인천·대전 지하철이 모두 내진 기능을 갖춘 상황에서 1∼4호선만 장기간 불안 상태에서 운행될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최근 한반도 주변의 대규모 지진 발생 등을 고려할 때 1~4호선 내진보강은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