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에 롯데 창고형 마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롯데가 코스트코를 표방한 창고형 마트를 만들면서 수수료율 입찰을 진행하고 있지만 두 차례 연속 유찰될 정도로 협상과정이 지지부진하다. 롯데마트와 카드사, 그리고 금융 당국의 시각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인데 금융 당국은 대형마트 수준인 1.5% 이하 수수료율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진행된 롯데 창고형 마트 2차 수수료율 입찰은 또다시 유찰됐다.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카드를 포함해 총 2곳의 카드사를 복수 계약자로 선정할 방침이다. 비교 대상인 코스트코는 삼성카드와 단독계약을 맺고 0.7%의 수수료율을 적용 받고 있다.
카드업계에서 사업자 선정과정이 이처럼 더딘 것은 이례적이다. 대형마트는 카드사에 대표적인 우월적 사업자다. 신규고객 유치 및 외형확대 효과가 크다 보니 카드사들은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을 주저하지 않는다. 1차 협상 때만 해도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는 현행 대형마트 수수료율(1.5%)보다 훨씬 낮은 1% 미만의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그러나 카드 수수료율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부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저가입찰에 나서 계약을 따내더라도 낮은 수수료율이 도리어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카드가 대표적 예다. 지난달 말 자영업자 단체들은 코스트코의 낮은 수수료율을 문제 삼으며 삼성카드 거부운동을 전개했다. 삼성카드는 '자유무역협정(FTA) 거짓변명 논란' 등을 비롯해 여러 상처를 입은 끝에 백기투항했다.
큰 부담은 협상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금융 당국이다. 금융 당국은 1.5% 이하 수수료율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수수료율이 상식 이하로 형성이 되면 누구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국 역시 과당경쟁은 수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여러 번 전달했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상식에 걸맞게 행동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부담을 느낀 일부 카드사는 3차 입찰에도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형 카드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는 핵심 고객인 대형마트의 눈치도 봐야 하고 금융 당국 눈치도 봐야 한다"며 "계약을 따내더라도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게 뻔하기 때문에 3차 입찰과정에는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