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2-11. 일본-주민참여 적극유도

일본에서 주민들이 주거환경을 정비하거나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보편화된 현상이다. 특히 지자체 조례제정 등 행정에도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70년대부터 각 지자체별로 구성된 `마찌쯔구리(마을만들기) 협의회`는 주거환경 정비, 도로 및 도시 건설 등에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을만들기 협의회는 지역주민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고, 주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어 공신력을 갖춘 조직임을 단체장이 인정하도록 돼 있다. 마을만들기 협의회는 더 나아가 단체장과 협정을 맺어 주민들의 의견이 행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주민들이 주거환경 정비 주도= 일본에서 주거환경 개선은 주민들의 몫이다. 지자체들은 주거개선 문제에 있어서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이중 동경도의 세타가야(世田谷) 구는 마을만들기를 통한 주민참여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세타가야구는 도경도의 23개 구 중 하나로 동경도심에서 남서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 58㎢에 80만명이 거주고 있는 도시로 우리나라의 서울 강남구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세타가야구에는 주민제안에 의해 만들어진 멋스럽고 편안한 공간들이 이곳 저곳에 있다. 사꾸라가오까(樓丘) 구민센터 주변도로가 주민들의 제안에 따라 모두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설계되고 구민센터 부지의 30%를 구민광장으로 바꾸어 주민들의 여가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한 것 등이 대표적인 주민참여의 결과물이다. 또 주민들이 구민센터의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습득하고 보행자가 자동차에 방해받지 않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공간, 어린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아무 위험없이 놀 수 있는 공간 등은 주민들의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에 의해 조성된 것이다. 세타가야구 도시정비공사의 요시히코 이사장은 “주민과 밀착한 행정을 펴는 데 모든 조직을 집중하고 있고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은 가급적이면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타가야구 마찌쯔꾸리센터 가또(齊藤建次) 센터장은 “주민참여는 그 사회의 시민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우선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행정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해 공청회 등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한국의 주민참여와 비교가 됐다. ◇대규모 도시개발도 주민들의 의견 반영= 일본 시즈오카현의 하마마쓰(浜松) 시. 인구 70만이 살고 있는 이곳은 해외 33개국에 62개의 사업소를 가지고 있는 혼다의 발상지로 유명하고 세계적인 음향기기업체인 야마하의 본사가 입지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80년대 이 곳에 지역상공인들이 사무실 수요를 충족하고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35층의 건물을 짓자는 도심부 재개발 계획서를 제안했다. 사무실, 컨벤션 센터, 호텔 등을 포함한 메머드 건물군이었다. 상공인, 지역유지, 도심에 토지를 소유한 지주 등의 찬성론자와 환경운동단체, 지역공동체의 파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간 팽팽한 찬반 양론이 일었다. 주민들도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마마쓰 기타와키 시장은 “오피스 수요를 충족하고 컨벤션 시설을 확충할 절호의 기회가 된 반면 이로 인한 시가지 교통문제, 지역공동체의 파괴문제, 도시경관문제 등 문제로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이해집단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은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은 랜드마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물을 더 고층화하는 대신 재개발구역 내에 공원, 도서관, 주민센터 등 주민이용시설을 늘리고 교통대책을 수립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물론 주민들의 제안이 정밀한 전문가 수준은 아니었지만 문제를 해결할 핵심이었던 것이다. 지루한 토론을 거쳐 결국 주민들이 제안한 내용에 근접한 도심재개발이 이루어져 현재의 랜드마크인 `아꾸토 시티(act city)`가 탄생했다. 하마마쓰시의 가토 도시계획부장 “아꾸토 시티가 하마마쓰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음악당, 도서관, 주민센터 등 주민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밀집돼 있어 주민들이 각종 문화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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