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손과 발이 될 청와대 조직개편이 21일 발표됐다. 대통령실이 비서실로 바뀌고 조직도 2실 9수석 체제로 줄었다. 비대해진 조직을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정 상황을 전달하는 본연의 기능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비서실 기능을 이슈 발굴과 각 부처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일, 사전ㆍ사후대책 마련 같은 범위로 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정부와 청와대 조직개편의 큰 틀은 마련됐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하다. 조직만 바꾼다고 해서 정부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대로 운용하려면 장관을 믿고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에 연연해 시시콜콜 간섭하거나 '내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나서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청와대 참모진 역시 '조율'이라는 이름의 간섭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 사이의 장벽도 허물어야 한다. 총리나 부총리ㆍ장관이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 협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들의 힘이 세지고 책임도 커진다. 역할 재조정에 따른 부작용도 차단해야 한다. 앞으로 청와대 대신 장관에게 온갖 수단을 다해 줄을 대려는 비리의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장관에 대한 감시감독의 중요성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청와대 기능이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비서실이 대통령 보좌역으로만 머물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상황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이들에게 힘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결국 변화를 위한 해법은 최고권력자의 강력한 의지밖에 없다. 작은 청와대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박 당선인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