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 대외 악재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가던 코스피가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배당 확대 기대감으로 기운을 차리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마땅한 호재가 없는 만큼 당분간은 배당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71%(32.48포인트) 상승한 1,929.98포인트로 마감했다. 기관이 1,93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으며 외국인은 장 후반 순매도로 돌아서며 110억원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크게 줄었다. 외국인은 전날 5,242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지난 7거래일 동안 일 평균 4,000억원 이상 내다 팔았다.
이날 주가가 오른 것은 삼성전자가 배당 확대 기대감으로 급등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이날 4.90%(6만2,000원) 상승한 132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장 마감 후 "주주 중시 정책 및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특별배당금 성격으로 배당금을 전년 대비 30~50% 증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1만3,800원, 우선주 1주당 1만3,850원이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면 올해 삼성전자 투자자들은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7,940원에서 최대 2만700원을 받을 수 있다. 우선주 투자자는 1주당 1만8,000~2만800원을 받는다.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 정책을 기대한 기관은 이날 삼성전자를 738억원 순매수했으며 보통주에 비해 배당이 후한 삼성전자 우량주도 205억원이나 사들였다. 외국인도 11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도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배당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전력(015760)은 5.73%나 급등했으며 전통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SK텔레콤(017670)도 3.30%나 올랐다. 한국전력(198억원)과 SK텔레콤(30억원)은 이날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위 안에 포함됐다.
증권사들도 최근 배당 확대 방침을 밝힌 기업, 정부 정책에 따라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기업 등을 중심으로 배당 유망주를 제시하고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과 KT&G·기업은행(024110)의 예상배당수익률이 높다"며 추천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SK텔레콤·삼성전자·기업은행을 제시했다. 현대증권은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종목 중에서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6.5% 이상으로 높은 현대백화점·현대모비스(012330)·기아차·삼성전자 등을 유망주로 꼽았다.
전통적으로 보더라도 연말이 되면 배당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굵직한 글로벌 정치 및 대내외 경제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연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당분간은 계절성을 활용한 배당주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이어 "일반적으로 배당 관련주는 배당 기준일인 배당락 전일까지 배당을 겨냥한 매수세 유입과 함께 상승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당주에 대한 투자는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26일까지 가능하다. 투자자들은 26일까지 관심 종목을 매수한 후 배당락일인 29일까지 보유했다가 29일날 팔거나 계속 보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