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정리해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인턴사원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LG·SK에 이어 대우는 최소 1,000명에서 최대 2,000명에 달하는 인턴사원을 연내에 뽑기로 하고 오는 10월 중 최종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같이 인턴사원을 모집하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심각한 실업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인턴사원을 영업직으로 돌리는가 하면 경비절감을 위해 정식직원을 없애고 그 자리를 월급여 20만~60만원의 인턴사원으로 충원, 빈축을 사고 있다.
대우 관계자는 『대졸 취업난을 덜고 우수한 인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다음달초 1,000~2,000명의 인턴을 뽑을 방침이나 인턴사원의 훈련기간이 긴데다 비용도 많이 들어 채용규모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계열사별 상황을 파악해 가능한 한 많이 뽑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올초 200명의 인턴사원을 뽑은 현대는 하반기에 국민투자신탁증권(70명), 현대강관(10명) 등에서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한진도 277명의 인턴을 뽑을 예정이며 새한(20명), 동양(19명)과 금강고려화학(150명) 등 일부 중견·중소기업들도 채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 250명을 채용한 LG와 삼성 등 나머지 그룹들은 아직까지 채용규모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인턴사원을 채용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취업난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지면서 인턴사원 모집창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29일 접수를 마감한 SK(150~200명)와 하나로통신(160명)의 경우 경쟁률이 35~120대1에 이를 정도로 지원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석·박사, 해외유학생 등 우수한 고급인력의 지원비중이 10~30%에 이른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우수한 인재들이 엄청나게 몰리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좋은 인재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턴사원 채용제도는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정부의 실업난 완화대책에 밀려 마지못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대규모로 인턴사원을 뽑아놓았지만 어차피 6개월 ~1년 뒤 정식사원으로 채용하지 않을 경우 또다시 이들을 실업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훈련기간이 길고 정부차원의 지원비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집체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그래도 많으나 현장교육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대졸 인턴사원의 경우 현장교육이 주를 이루는데다 훈련기간도 6개월에서 1년이나 돼 비용부담이 예상 외로 많다는 것이 인턴사원 채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택·고진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