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다

최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에 있는 쇼핑몰을 둘러보곤 입이 쩍 벌어졌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다.

쇼핑몰에선 오리훈제 800g이 1만6,000원, 고급 도시락은 1만5,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일반 인터넷 쇼핑몰서 동일한 상품을 검색해보면 오리훈제 800g은 품질에 따라 9,900~1만5,000원, 고급 도시락은 반값도 안되는 6,000~8,000원 선이다. 사실상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회적기업 상품들은 가격조차 표시하지 않고 있었다.

영리만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봉사기관과 회사의 중간 격인 사회적기업의 성격상 생산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소한의 경쟁력도 못 갖춘 사회적기업을 보고 이익을 내 계속성을 가져야 하는 '기업'이라 부르긴 뭣하다.

기업이란 명칭을 붙이려면 최소한 자립 기반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어 쓸모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합리적인 가격에 팔아야 기업은 존립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조악한 품질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붙여 놓으면 파리 날리기 십상이다. 물건이 안 팔리면 직원 월급도 못 주고 제품을 만들 자재도 사올 수 없다.

사회적기업이 한국 사회에 굳건히 자리를 잡으려면 사회적 명분을 앞세워 '비싸도 사달라'고만 해선 안 될 일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정부와 소비자들에게 손을 벌려 도와달라고만 하는 게 사회적기업이 아닌 것이다. 영리 추구와 사회적 서비스의 접점을 찾아 영속하려면 기업의 ABC를 갖춰야 한다.

지난 29일 만난 사회적기업 오피스메카의 김서진 대표는 "사회적기업 하면 떼쓰고 징징대기만 하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자생력을 갖춰 고용 확대 등 실질적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아직 국어사전에조차 정의돼 있지 않은 단어인 사회적기업의 정체성과 올바른 정의를 만들어가는 것은 사회적기업인들의 몫이다. 무조건 지원만 요구하는 태도는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사회적기업의 싹을 잘라버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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