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재경원공격 ‘포문’/관가도 시장원리 도입 생산성 높여야「재정건전화를 위해 정부인력을 감축하고 정부조직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라.」
「우리나라 재정이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실상은 금융부문이 재정기능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실질적인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빌려간 돈부터 갚아라.」
정부의 금융개혁안에 맞서 격렬한 반대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은행이 18일 「주요 선진국의 재정건전화 추진과 시사점」이란 자료를 통해 이처럼 역공에 나섰다.
한은은 이 자료에서 주요 선진국이 겪은 재정적자 누적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열거한 뒤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복지수요 증가와 남북통일비용 등으로 재정적자를 맞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하고 ▲세수기반 확대 ▲정부 경비지출 축소 ▲정책금융축소, 한은차입금 상환을 통한 재정건전화 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정부의 경비지출 축소. 한은은 「선진국의 경우 정부부문 인건비 등 경비지출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재정건전화를 이룩했다」며 「우리나라도 정부조직의 개편 및 인력감축 등 경직성 경비지출을 최대한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부문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재정이 90년대초부터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재정기능을 금융부문이 부담하는 「금융의 재정화현상」이 여전하다고 분석한 한은은 「정책금융 부담을 재정이 담당하고 중앙은행 차입금도 단계적으로 상환하는 등 실질적인 재정 건전성을 확보, 통화정책의 운용폭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은특융 등 형태로 공급돼 있는 정책금융은 4조5천억원 수준이고 정부의 한은차입금은 4천1백75억원, 정부대행기관의 한은차입금은 3천7백억원 수준에 이른다. 말로만 재정건전성을 외치지 말고 한은에서 빌려간 돈부터 갚으라는 얘기다.
미묘한 시기에 내놓은 자료인 만큼 한은의 입지를 좁히려는 재정경제원의 공세에 대한 역공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