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촉구 미흡으로 주가·엔화 급락 '시장 냉담'동북아 3국 순방중 첫번째로 이뤄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일(訪日)은 전체적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힘 실어주기'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지만 19일 시장은 부시의 이 같은 태도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우선 닛케이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져 또다시 1만선을 하향 돌파했으며 엔화 가치역시 전날보다 1엔 가까이 급락하는 등 부시의 발언은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역부족인 결과로 드러났다.
일부 주요 언론들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일본 경제개혁 촉구에 대한 수위가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완만한 선에 그쳤지만 일본 경제 회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향후 개혁성과가 신통치 않을 시에는 개입할 의사가 있음을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 시장 반응은 회의적
19일 닛케이주가는 1.70%(-171.27엔) 급락한 9921.98엔을 기록했으며 엔화가치 역시 전날보다 0.91엔 떨어진 133.55엔을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들이 부시의 고이즈미 지지발언보다는 이날 "현시점에서 공적 자금 재주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장관에 말에 더 무게를 둔 결과다.
일본의 투자자들은 공적자금 투입을 불사하고서라도 디플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을 신뢰할수 없다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역시 이날 부시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를 '훌륭한 개혁 수행자(great reformer)'라고 지칭한데 대해 일본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방문 직전 발표된 디플레 안정대책에 대해서도 '속빈 강정'이라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신코 증권의 전략분석가인 쓰요시 세가와는 "이번 대책은 지난 10년 동안 논의된 것 이상의 새로운 방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ING베어링 일본 지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이즈미 총리는 매번 경제회복을 위해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큰소리를 친 후 별다른 행동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며 "미국은 일본이 디폴트에 빠질 때까지 고이즈미 지지 의사를 밝힐 것인가"라며 반문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 부시, 고이즈미 '서로 밀어주기'에 비난 여론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일 기간 중 일본으로부터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 용인이라는 '보너스 선물'을 챙겼다.
고이즈미 총리는 18일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측이 지난 14일 교토의정서의 대안으로 발표한 지구 온난화 방지 대책에 대해 '건설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일본이 미국을 교토의정서에 참여토록 유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9일 고이즈미 총리가 또 미국의 환경 대책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일본내 정서에도 불구, 자신의 금융ㆍ디플레이션 대책에 대한 지지와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 용인을 맞바꾼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