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합의'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번 합의와 관련해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북남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라고 평가하고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발언했다. 북한 매체의 보도 관행을 감안하면 회의 시점은 지난 27일로 추정된다.
앞서 남북 고위급 접촉 때 북한 대표로 참여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도 북한 매체를 통해 합의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합의 이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발언은 그동안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에 냉담하게 반응했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제1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북한 지도자로서는 전례 없이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며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당분간은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나가겠다는 의미"라며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향후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제1위원장은 합의 이행 의지를 밝히면서도 "우리는 주동적으로 북남 고위급 긴급접촉을 열고 무력충돌로 치닫던 일촉즉발의 위기를 타개함으로써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했다"며 북한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5·24 조치 해제에 목표를 두고 발 빠르게 남북이 약속한 대화를 이행하자고 나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를 전후한 군사적 도발에 앞서 남북 대화를 통해 5·24 조치를 해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5·24 조치 해제를 남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왔다. 우리 정부는 8·25 합의 이후에도 5·24 조치에 대해 "기존과 달라진 게 없다"면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향후 남북 대화 진행과정에서 5·24 조치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김 제1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일부 위원들을 해임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라는 관측과 단순한 조직 재정비 차원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김용현 교수는 "해임된 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확인이 필요하지만 지뢰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일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그렇다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의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