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100일] 역대정권 경제성적 마지막엔 매번 좌초

역대 정권의 경제 성적표에는 공통점이 나온다. 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경제유산이 화려하든 초라하든 끝맺음은 항상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각 정권마다 당시의 시대 흐름에 맞춰 확실한 경제목표를 갖고 돛을 펼치며 순항하는 듯 하지만 매번 좌초하고 만 셈이다. ◇노태우 정권(88~92년)=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성장가도에 있는 경제를 물려받은 노태우 대통령의 시작은 행복했다. 87년말 경상수지는 100억5,400만달러의 흑자. 경제는 탄력을 이어 받아 취임 첫해인 88년에는 145억달러를 기록했다. 80년 당시 100으로 시작했던 종합주가지수도 취임 첫 달인 88년 3월 624.9포인트로 올라있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거듭되면서 노조의 목소리가 커졌고 복지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인기에 영합한 정책은 기업의 고비용 구조를 초래했고, 경제 전반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며 외국의 주요언론들이 비아냥 섞인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취임 말기인 92년 노태우 정부는 39억4,300만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냈고, 한 때 900을 넘었던 주가지수도 93년 2월 668.8포인트로 취임 초기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김영삼 정권(93~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혁의 기치를 걸고 야심찬 첫 걸음을 디뎠다. 특히 정부는 `세계화`를 외치며 개방과 국제화에 앞장섰고 신흥시장에 몰려들던 국제자금이 한국으로도 유입되며 풍부해진 유동성에 한국 경제도 고속 성장에 시동을 거는 듯 했다. 95년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 주가 1,000포인트 시대에 돌입했고 경제선진국들의 모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폼만 그럴 듯 했을 뿐 한국경제는 결국 97년 `IMF 사태`를 맞게 된다. 김영삼 정부도 경제 위기를 초래한 정권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김대중 정권(98~02년)= 위기상황 극복이 새 정권의 지상 목표. 취임초기 실업률이 6.9%에 이르는 등 국민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김대중 정부는 외형성장에만 매달려온 기업들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댔다.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한 점, 외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은 김대중 정부의 업적으로 꼽힌다. 97년 81억달러의 흑자를 냈던 국제수지가 취임 첫해 403억달러 흑자로 돌아섰고 그 이듬해인 99년에는 10.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가도 다시 1,000포인트를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기업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받는다. 또 이미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 부양책은 개인 부문의 부실을 키웠다. ◇노무현 정권(03~07년)= 지난 정부에서 물려받은 가계대출 부실이 신용경색과 소비감소를 초래해 정권 초기에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올 1ㆍ4분기 성장률은 3%대로 낮아졌고 실업률 3.3%, 20대 실업률 7.2%라는 수치는 새 정부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제 출범 100일을 맞은 대통령의 성적표를 매기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그 어떤 정권 못지 않게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정부가 역대정권을 타산지석 삼아 훌륭한 성적으로 남은 임기를 마감하는 것이 출범 초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한결 같은 기대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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