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둔화 공포 원자재시장 강타] 위력 잃어가는 '자원 블랙홀'… 글로벌 시장 장기침체 불가피

환경오염·과잉생산 우려… 굴뚝산업 구조조정 고삐
중국내 수요 더 억제될듯
자금난 시달리는 中 기업, 원자재 내다팔기 나서면 가격 하락 부채질 가능성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둔화 흐름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7.5% 의 경제성장률을 내세웠지만 연초부터 중국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수출지표 부진, 물가하락 등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또 중국 정부가 철강·시멘트 등 굴뚝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고삐를 당긴데다 그동안 중국기업들에 그림자 금융 역할을 해왔던 원자재 담보 대출 등이 연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00년 이후 10여년 동안 지속됐던 원자재 시장의 슈퍼사이클은 이미 2011~2012년 사이 마무리된 상태. 지난해부터 침체에 빠진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락 배경에는 중국 수요부진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드 원자재(hard commodity) 중에서도 특히 귀금속을 제외한 철광석과 같은 산업용 원자재는 중국의 수요에 크게 의존해왔다. 해상으로 운송되는 철광석 3분의2의 종착점은 중국이다. 또 휴대폰·자동차 등 각종 소비재의 원료가 되는 구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도 중국이다.

원자재 수요 감소는 벌써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6,157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중국 철강공업협회는 연간 3%(2,100만톤) 이상 성장했던 조강량도 올해 수요가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정부는 환경오염과 과잉생산에 따른 후유증을 벗어나기 위해 철강·시멘트 산업 등에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어서 관련 원자재 수요가 더욱 억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 업무보고에서 리커창 총리는 올해 중국 철강생산의 2.7%인 2,700만톤 규모의 철강설비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무원은 지난해 10월 과잉생산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며 2017년까지 1억톤의 철강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철강설비 구조조정은 동북 지역의 노후설비 폐쇄를 시작으로 베이징과 가까운 허베이성, 공업단지인 창장삼각주·주장삼각주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지난해와 같은 7.5%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1~2월 수출실적이 수출실적도 전년에 비해 1.6% 감소한데다 수요부진으로 2월 물가상승률도 1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의 류리강 중국 경제 대표는 "중국 정부의 목표와 현재 경제상황이 불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지표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실질 GDP 1% 하락할 경우 원자재 수입량은 원자재 별로 1.1%~1.7%포인트가량 줄어든다.

원자재 가격 급락은 원자재를 그림자 금융 수단으로 활용해온 중국기업들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철강·구리 가공 업체들이 원자재 수입시 발급하는 신용장을 이용해 기업 운용자금을 조달해왔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재를 내다팔면 연쇄 가격 하락을 부채질할 우려가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보유하고 있는 구리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해온 기업들이 담보가치 하락으로 자금 경색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은 "은행들이 더 이상 구리를 담보로 받지 않거나 실물 자산을 팔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재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호주·브라질 등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양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와 리오틴토의 주가는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자 각각 5%가량 폭락했다. 브라질 철광석 광산에 투자를 하고 있는 앵글로아메리칸의 주가 역시 7% 이상 폭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브라질 헤알화는 10일 달러당 2.35 헤알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보다 0.41% 가치가 하락했으며 호주 달러도 이날 0.56%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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