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자가용 헬기의 아파트 충돌사고 여파로 서울시의 한강관광헬기사업과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 건립사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서울에서 30층 이상만 322곳에 달할 정도로 고층건물이 즐비한 상황에서 헬기 운행도 많아지면서 도심안전이 크게 위협 받는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정치권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신축 중인 제2롯데월드의 층수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헬기 충돌사고와 관련한 항공기 안전대책을 주문하며 "제2롯데월드는 이미 건축허가가 났지만 층수 조정 문제는 국민안전과 국가 안위 차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확실한 안전 확보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허가 층수를 모두 완공하지 않고 잠정 보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5년 완공 예정인 제2롯데월드는 지하5층 지상123층의 초고층빌딩이다. 현재 공정률 25%로 중앙골조 부분은 50층가량 올라간 상태다. 경기 성남 서울공항과의 거리가 불과 5~6㎞에 불과해 서울공항에서 이착륙하는 군용기의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잠잠하던 층수 문제가 헬기사고로 다시 부상하자 롯데 측은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집권당의 최고위원이 직접 층수 문제를 거론하자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제2롯데 시행사인 롯데물산은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16일부터 운행에 들어간 한강관광헬기사업도 유탄을 맞기는 마찬가지다. 한강 위만 날아다니도록 항로가 설정돼 있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언제든지 한강 주변 아파트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강관광헬기를 운영하고 있는 블루에어의 최종석 이사는 "사고 직후 예약자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해 지난주 말 운행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며 "오늘(18일)도 강풍이 불어 안전상의 문제로 운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안전 문제로 자진 운행을 중단했다는 설명이지만 사고 여파로 헬기 탑승 수요가 급감한 것도 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에어 측은 사고 여파가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이사는 "사고 여파에 따라 수요가 감소할 수 있지만 사업 중단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날씨만 좋으면 내일(19일)이라도 운행 재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이사는 "한강관광헬기는 강 위로만 운행하도록 항로가 고정돼 있고 강풍이나 안개가 있을 경우에는 절대 운행하지 않는다"며 사고 헬기와 차별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한강변 고층아파트 주민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사고가 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부근에 사는 김모(46)씨는 "이번 사고를 겪고 나니 (잠실)헬기장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게 이렇게 불안할 줄 몰랐다"며 "관광헬기가 자주 떴다 내리면 그만큼 위험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강관광헬기는 주중에는 하루 3~4차례, 주말에는 6~7차례 운행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임모(50)씨는 "사고 이전에는 헬기가 날아다녀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언제든지 머리 위로 떨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찔하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블루에어는 2011년 설립된 신생 소형항공기 운영회사로 잠실헬기장을 기점으로 총 4개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헬기 기종은 4인승 R-44로 제조사는 미국 로빈슨헬리콥터사다. 제조연도는 2010년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관광헬기를 도입하면서 소음민원이나 안전사고시 재난 매뉴얼 확보 등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루 20~30대의 헬기가 서울 상공을 지나다니는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항공재난관리수습 매뉴얼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한강관광헬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치에 적극 나섰고 홍보도 직접할 정도로 성의를 보인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