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일자리 나누기보다 만들기가 더 낫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10일 “실리콘밸리에는 ‘당국’이 없다”며 최근의 경제민주화 규제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어 “창조경제 육성을 통해서도 경제민주화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창조경제가 필요한 이유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와 같다”며 일자리 창출을 통한 양극화 해소와 서민생활 개선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날 간담회는 재계가 정부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안을 전면 거부, 또는 반대하기보다는 ‘창조경제 활성화’로 대안을 제시하며 대응키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 이분법으로 따져 경제민주화는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해 일자리와 사업기회를 나누는 것이라면 창조경제는 신 산업, 신 기업 육성을 통해 일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이 부회장은 정의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일자리 나누기는 의미가 없다”며 “창조산업이 육성되면 저임금ㆍ단기 일자리 대신 고임금ㆍ정규직 등 좋은 일자리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가 집중해야 할 현안은 경제민주화보다는 창조경제 육성이라는 것이다.

전자, 자동차,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산업이 노후화되고 우리를 추격하는 국가에 맞서 추가적인 성장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창조경제가 더더욱 필요하다고 이 부회장은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항공기 정비산업, 자동차 개조산업, 말 산업 등을 해외에만 있고 국내에는 없는 대표적인 발굴 대상 창조산업으로 꼽았다. 항공기 정비산업의 경우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항공기 보유대수는 각각 597대, 145대로 우리가 4.1배나 많지만 항공정비산업 매출(2008년 기준)은 8억 달러, 41억 달러로 싱가포르가 오히려 5배나 많다. 그는 이와 함께 “중소기업들이 창조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지만 판매할 채널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유통전문기업들과 이들 창조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업들의 관심은 경제상황보다는 경제환경에 집중돼 있다”며 “현재 어려운 것에 대한 불안감보다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경제민주화 규제에 대한 재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부회장은 “규제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통제하는 것이지만 사회질서 유지 등을 위한 좋은 규제도 있다”면서도 경제민주화 입법안중 재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규제’를 선뜻 제시하지 못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이에 대해 “경제민주화의 방향과 취지에는 공감하는 것이 많지만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정도로 과도한 규제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배 본부장은 특히 경제민주화 규제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정책적 재량권의 범위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논의되는 규제의 적용대상과 부당성 기준이 모호한데 확실한 답을 주면 기업들도 이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토론하고 검증하는 절차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규제가 오히려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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