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탑승객들에게 퇴선 명령도 내리지 않은 채 자신들만 탈출해 수백명의 인명 피해를 낳은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이 사고 56일 만에 심판대에 오른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10일 오후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연다고 9일 밝혔다.
이날 열리는 재판은 실제 공판이 아닌 '준비기일'이다. 앞으로 열릴 공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법원이 미리 검찰과 변호인에게 사건에 대한 쟁점 상황을 정리하도록 하고 어떻게 증거를 조사할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재판부는 이번 준비기일에 이 선장 등 15명이 모두 법정에 서도록 명령했다. 세월호 피해 가족들과 세월호 침몰 주범들 간의 첫 대면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 선장 등에 적용된 '살인죄'에 대해 법원이 유죄로 판단할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이 선장과 1등 항해사 강모씨, 2등 항해사 김모씨, 기관장 박모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선장 등이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과 안내방송도 하지 않고 달아난 것은 고의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저버려 승객의 사망 위험을 외면한 '부작위로 인한 살인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최고 사형까지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세월호 사건과 비슷한 대형 참사에서 사고 책임자가 부작위로 인한 살인죄로 유죄를 선고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살인죄의 경우 반드시 '이 행위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행위'라는 것을 인지하고서도 행동하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법원은 살인죄 적용 법리에 대해 매우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세월호 주범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지법은 이 선장의 재판이 진행될 201호 법정을 실제 공판 기일보다 하루 앞선 9일 언론에 미리 공개했다. 법원은 이 선장 등 피고인 수가 15명에 이르고 변호인도 총 7명인 점을 고려해 기존 8석이던 피고인 측 좌석을 24석으로, 검찰 측 좌석도 기존 4석에서 6석으로 늘렸다. 또 법원은 3명의 법관이 앉는 법 대 위 천장 좌우 끝에 총 3개의 캠코더를 설치해 재판 진행상황이 보조 법정인 204호로 실시간 송출되게 했다. 이번 사건의 사망·실종자만 304여명에 달하는 등 소송관계인 수가 역대 최대 규모인 점을 고려해 재판이 실제로 진행되는 주 법정 외에 보조 법정에서도 재판과정을 방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법원은 단원고 학생 등 생존자들이 증인으로 신청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정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화상증언을 할 수 있는 설비도 마련했다. 피해자와 가족, 증인을 위한 안내물, 피해자 의견서 등을 법정 앞에 비치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제출된 의견은 재판과정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세월호 재판은 매주 한두 차례씩 공판을 여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1심 결과는 피고인들의 구속 만기가 되는 11월 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