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금리, 경제회복 발목 잡나

9개월만에 최고치 상승… 주택시장 타격·공공 투자 위축 가능성


올 들어 미국 국채 수익률이 빠르게 상승(국채가격 하락)하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는 미국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금리상승으로 경제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주택시장을 비롯해 기업 및 공공 부문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2.000%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일 2.016%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역대 저점 1.388%에 비해 무려 0.628%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에 연동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MBA)에 따르면 최근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0.15%포인트 오른 3.67%에 달했다. 이 금리가 4%에 도달하면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주택시장이 막 회복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서 부동산 투자가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공장이나 도로 건설 등을 확충하려던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투자계획에도 차질이 생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주 26억달러어치의 국채를 팔아치운 것도 최근 국채 수익률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최근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도 채권투자를 대거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채권전략가인 한스 컬켈슨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벌써 2%대에 도달한 것에 놀랐다"면서 "수익률은 완만하게라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이며 이는 채권 투자자들에게 최대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이어진 채권 랠리가 하루 아침에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단 미국 국채시장의 최대 큰손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9월 실시한 3차 양적완화(QE3) 조치로 당분간 국채 및 모기지채권 매입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또 경제성장 추세가 뚜렷하지 않은 점에서 올해 금리가 급격히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국채 수익률 상승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개선될 수 있으며 가계 측면에서는 예금이자 및 머니마켓펀드(MMF) 수익률이 오르면서 소비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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