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한민국 대선을 휩쓴 '노풍(盧風)'은 사이버 공간에서 시작됐다. 당시 새 정치를 열망하던 젊은 세대 중엔 인터넷에 익숙한 '사이버 시민', 즉 네티즌들이 많았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결집한 이들 20, 30대 유권자들은 '정치적 무관심' 세대에서 '정치 변화의 중심'으로 부상하며 당시 대선 판도를 흔들었다. 첨단 기술이 가능케 한 집단행동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 놀라운 기술이 세상을 저절로 더 좋은 곳으로 바꿔줄 거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유익한 도구일 것 같던 디지털 문명은 그러나 정반대의 모습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과 카카오톡 검열 논란은 물론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스마트폰 중독과 주의산만까지.
분명한 것은 기술이 우리 손에 남겨진 과제까지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1985년 온라인 커뮤니티의 효시로 불리는 '웰'(Well)의 멤버이자 '가상공동체', '참여 군중' 등의 저서로 친숙한 저자는 재앙의 원인을 '지식과 학습의 부족'으로 지목한다. 이토록 유익한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이유와 그 방법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공부다. 책은 디지털 정보사회가 아직 단단하게 다져지지 않은 상태라 디지털 세상에 눈뜬 사람들에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는 변화의 중심이 기술에서 '그 기술로 형성될 수 있는 다양한 리터러시(활용능력)'로 이동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500년 전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발명으로 읽기 능력이 퍼지고 집단지성이 대폭 확장되었듯 디지털 리터러시의 증대는 또 다른 사회 변화를 불러온다. 저자는 양질의 리터러시로 긍정의 사회 변화를 불러오기 위해 우리가 배워야 할 지성을 주의력, 허위정보 간파, 참여, 협업, 네트워크 지성 등 총 5가지로 분류한다.
집중하고 허위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으로 무장했다면 이제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를 끝낸 셈이다. 책은 준비 이후 '실천' 단계의 필수 요소로 참여와 협업, 네트워크 지성을 꼽고 구체적인 사례와 필요성을 정리했다.
저자는 말한다. 아는 것이 힘이고, 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우리 또한 배워야 한다고.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권력을 감시하고 인터넷을 시민 공론장으로 가꾸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군중이 되는 길이라고 말이다.
결론은 하나다. 사람이 스마트해질 때 비로소 스마트한 기술도 인간을 도와준다.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