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바마, 삼성에도 애플 잣대 적용해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삼성전자의 구형 스마트폰 등이 애플의 상용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했다. 그래서 미 행정부가 오는 10월 초께 ITC의 수입ㆍ판매금지 요청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애플의 아이폰4 등이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며 수입ㆍ판매금지를 요청한 ITC의 결정에 대해 이달 초 거부권을 행사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무역대표부(USTR)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등에 대한 ITC의 수입금지 요청을 거부할 때 내세운 논리 때문이다. 하나는 표준특허 남용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 다른 하나는 미국 경제의 경쟁여건과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했다. 삼성은 표준특허가 아닌 상용특허를 침해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는 하다. 하지만 경쟁여건과 소비자 영향은 삼성 제품도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허를 침해했어도 자국 기업에는 면죄부를 주고 외국 기업에만 채찍을 가한다면 미국은 스스로 불공정 보호무역국임을 선언하는 꼴이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의 권위와 리더십도 무너질 것이다.

미 정부와 법원이 삼성ㆍ애플 간 특허분쟁에 대해 엇갈리는 판정을 내려왔다는 점도 유감스럽다. ITC는 지난해 10월 갤럭시SㆍS2ㆍ탭 등 삼성의 스마트폰ㆍ태블릿PC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예비판정했다가 재심사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한 '휴리스틱스를 이용한 그래픽 사용자 환경 관련 특허'는 미 특허청이 특허무효라고 예비판정했다.

ITC의 최종 판정은 양면성을 갖는다. 애플은 삼성 등 경쟁사들과의 특허분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에 '모방꾼(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씌운 디자인 특허에 대해 비침해 결정이 내려지는 등 일부에서는 불리해졌다. 미국이 보호무역 논리로 이런 상황을 뒤집으려 한다면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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