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의 그늘·상처 들여다봤죠"

신작 장편소설 '강남몽' 낸 황석영


"서울 강남(江南) 지역의 형성사를 통해 우리나라 현대 자본주의의 그늘과 상처를 들여다봤습니다." 작가 황석영(67ㆍ사진)이 30일 신작 장편소설 '강남몽(夢)'출판간담회를 가졌다. 이 책은 1995년 6월 1,50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서울 강남 소재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중심에 놓고 질주해왔던 우리나라 개발시대의 욕망과 치부를 담고 있다. 황석영은 "교도소에 있을 때 신문을 통해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을 들었고 소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소설의 80% 정도는 팩트"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그 무렵이 정치적으로는 형식적 민주주의 시대의 출발, 경제적으로는 개발독재 종언과 한국 자본주의가 재생산구조를 갖추게 되는 시점, 문화적으로는 대중이 걷잡을 수 없이 소비와 욕망에 얽혀가는 시대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소설은 수십년에 걸친 우리나라 자본주의 근대화의 여정을 펼치면서 그 속에서 얽히고 설키는 수많은 인물군상을 통해 '강남'으로 상징되는 우리 자본주의의 일면을 그려낸다. 일제의 정탐에서 미정보국 요원을 거쳐 기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백화점 붕괴로 몰락한 김진, 시골 여상을 졸업한 뒤 고급 요정과 살롱을 거쳐 김진의 후처가 됐다가 무너진 백화점에 묻히는 박선녀나 70년대 강남 개발 시기에 부동산 사기로 돈을 버는 심남수도 우리 자본주의 형성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홍양태, 강은촌으로 대표되는 조직폭력배의 일대기는 개발독재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작가는 "1995년부터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70년대 초반에는 강남에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며 "우리사회 변화의 속도가 엄청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영광과 좌절은 결국 시간의 흔적 속에 있는 것이고 우리가 그런 것을 한번 같이 되돌아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제목 '강남몽(夢)'은 구운몽, 옥루몽, 홍루몽 등 몽자(夢字)류 소설들처럼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람살이가 꿈처럼 덧없는 가상의 현실일 수도 있다는 뜻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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