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와 현대아산 소속 개성공단 직원 유모씨가 얼마 전 풀려나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고장으로 항로를 이탈,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한 것으로 추정되는 ‘800 연안호’ 선원들은 아직까지 소식조차 알 수 없다. 연안호 선원 가족들은 매일 밤낮을 고통 속에 지새우며 애절하게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다. 더구나 선원 가족들은 나포 이후 생계수단마저 막막한 현실이다. 아마도 가족의 애타는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제대로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연안호 선원들의 조기 석방을 바랐으나 북한은 특별한 사유 없이 이들의 송환을 미루고 있다. 최근 북한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에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하며 당국자 간 대화를 희망했고 방문 기간 중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해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은 연안호 선원들의 조속한 송환을 북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시 김 위원장이 “연안호 선원들을 돌려보내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조기 송환의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럼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까지 송환 여부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남과 북은 궁극적으로 ‘통일’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남과 북 모두 전향적인 자세 변화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바탕으로 한 관계개선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개선의 선행 의지로서 연안호 선원들의 송환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 급진전된 남북관계가 현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돌아서고 우리 정부도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통에 매우 경색돼 있다. 하지만 이제 남과 북은 서로를 인정하고 꼬인 남북관계를 스스로 풀어야 한다. 특히 당국 간 대화로 연안호 선원 송환과 금강산 관광 재개, 그리고 개성공단 활성화 방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 그리하여 민족의 동질감을 회복하고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의 물꼬가 다시 열리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안호 선원의 무사 송환이야말로 한동안 꼬여 있던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화해의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