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컨버전스 시장을 둘러싼 PC업계와 휴대폰 업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애플ㆍ델ㆍ에이서 등 PC업체들의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자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인 노키아도 넷북을 선보이며 PC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는 최근 휴대용 넷북 '부클릿(Booklet)' 출시를 선언하고 PC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다음달 2일 공개될 부클릿3G는 10인치 고화질 스크린에 인텔의 아톰프로레서, 운영체계(OS)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를 채택했다. 무게는 1.25㎏에 불과하고 한번 충전으로 1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무선랜(WiFi)와 3세대(3G)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카이 오스타모 노키아 디바이스 부문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완전한 이동성과 컴퓨팅을 원한다"며 "부클릿 3G는 우리 모두를 위한 노키아의 자연스런 진화과정"이라고 말했다.
노키아의 이러한 변신은 애플의 도약과 삼성전자ㆍLG전자의 약진 여파로 휴대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고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단말 지배력을 앞세워 전세계 이동통신망을 통해 PC시장을 공략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넷북 판매량이 급증하며 모바일 시장에서 주요 단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노키아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ㆍ4분기 유럽의 넷북 판매량은 약 26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키아의 PC 시장 진출로 휴대폰업계와 PC업계간 영역 파괴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PC의 경우 애플에 이어 델ㆍ에이서ㆍ도시바 등 주요 글로벌 메이커가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휴대폰에서는 노키아 외에 소니에릭슨도 '스마트북'이라는 형태로 PC 시장을 넘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휴대폰과 PC라인업을 모두 갖추고 있는 상태다. 더 이상 휴대폰과 PC의 구분이 모호해진 것이다.
영역파괴 현상은 IT 유통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대리점에서는 휴대폰과 넷북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유럽 이통사 또는 휴대폰 전문 유통점과 손잡고 휴대폰 가입자에게 넷북을 제공하는 행사도 벌이고 있다.
국내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키아가 PC시장에 진출한 것은 놀랄 만한 것도 아니고 현 추세에서 볼 때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스마트폰과 넷북, 나아가 TV까지 포함하는 모바일 컨버전스 대전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