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을 해를 넘겨가며 졸속 처리한 국회가 휴식에 들어갔다. 처리해야 할 민생과 경제활력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제312회 임시국회 회기가 끝났다고 해서 그냥 놀겠다는 심산이다. 언제 문을 열겠다는 기약조차도 없다.
대선과 연말 임시국회로 숨가쁜 일정을 달려온 정치권이 신년을 맞아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면 탓할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른바 '쪽지예산' 끼워 넣기와 택시법 같은 포퓰리즘 법안을 무턱대고 통과시킨 구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최소한 다음 임시국회 일정부터 잡아야 하는 것이 도리다. 더구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가 아닌가.
그런데도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상당수 의원들이 지역구로 직행하거나 의원외교 명목으로 외유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19대 국회 출범과 함께 다짐한 일하는 국회, 쇄신의 국회를 보여주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내팽개치고 무슨 염치로 해외와 지역구로 향하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9월 정기국회와 달리 임시국회는 통상 짝수달에 열리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 출범을 앞둔 이번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같은 의정수요가 적지 않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과 경제활력 법안은 대선 이전에는 정략에 매몰되더니 이후에는 시간에 쫓겨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
여야 정치권은 1월에라도 속히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 지금처럼 의정수요가 몰린다면 더욱 더 그렇게 해야 한다. 취득세 감면연장은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다. 1~3%인 취득세율이 2~4%로 하루 아침에 두 배로 인상되는 바람에 부동산시장은 가히 빙하기를 맞고 있다.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기업의 U턴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 제정안이 특별한 이유 없이 국회에 발목이 잡힌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 제정도 더 이상 늦출 없는 사안이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을 도모하는 데 서비스업 활성화가 핵심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16개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하나같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들이다. 국회가 민생을 생각한다면 이들 법안부터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 여야 지도부는 이른 시일 내 임시국회를 열 수 있도록 국회 일정부터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