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월 18일] 일본의 엔고 저지 배경과 파장

엔고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일본 정부가 6년6개월 만에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가운데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오는 11월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절상 지지세력을 규합하겠다고 나서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는 게 아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 외환당국은 지난 15일 엔고 저지를 위해 도쿄는 물론 런던ㆍ뉴욕 등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등 엔고 저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발권력을 동원한 고강도 시장개입으로 달러당 82엔까지 떨어졌던 엔화환율은 85엔대에서 안정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이번 시장개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지돼온 외환시장 공조를 깼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은 "대단히 불안감을 주는 조치""글로벌 불균형을 해치는 일방적인 액션"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동안 통화가치가 크게 상승한 동남아ㆍ중남미 등 신흥국들은 환율시장에 직접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안화 절상을 통해 글로벌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던 미국과 유럽의 노력도 쉽지 않게 됐다. 일본의 시장개입은 더 이상 엔화 강세를 방치할 경우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돼 고용불안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의 이번 시장개입은 엔화의 약세전환이라기보다 강세추세를 저지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일본은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시장개입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환율전쟁이 고조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ㆍ유럽 등까지 환율방어에 나설지가 관심이다. 각국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율방어에 나설 경우 세계경제는 보호무역주의로 흘러 다시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은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시장개방과 환율조정을 요구할 것이고 우리나라 원화도 강세를 피하기 어렵다.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인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고 우리 경제 전반의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환율안정 노력을 강화하고 기업들은 원화강세 가능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품질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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