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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대표격인 은마아파트는 지난 2006년 서울시가 환경정비 기본계획을 통해 단지 내에 폭 15m의 도로를 설계하면서 재건축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로가 생기면 단지가 두 개로 쪼개질 뿐만 아니라 도로 사선제한 규제에 걸려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에서는 이로 인해 5,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로 사선제한을 폐지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건축물 층수를 높일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개정 건축법은 이르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정돈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현재 37층 정도로 예상되는 건물 층수가 사선제한이 폐지되면 49층에서 최대 51층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도로 자체가 생기면 안 되지만 사선제한 규제가 사라지면 절반의 효과는 거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 폭에 따라 건축물의 높이를 규제하는 도로 사선제한 규제가 53년 만에 폐지되면서 그동안 용적률 제한을 받던 건축물의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사선제한은 도로와 맞닿아 짓는 건축물의 높이를 인접 도로 폭의 1.5배 이내로 한정한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도로 사선제한 폐지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이 규정에 걸려 법정 상한 용적률까지 보장받지 못하거나 지붕 부분만 계단 모양인 기형적 건축물이 지어지는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4m가량의 좁은 도로에 인접한 토지와 건축물이다. 도로 폭이 넓을 경우 건축물에서 도로까지의 수평거리도 늘어나기 때문에 용적률을 최대한도까지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좁은 도로는 수평거리가 짧고 이에 따른 건축물의 높이도 낮게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2종 일반주거지역 내 4m 도로 인근 건축물은 법정 용적률 상한선 200% 중 실질적으로 적용받는 용적률은 130~160%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앞으로 최대 20%까지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사선제한이 풀리면 4m 도로 인근 건축물 용적률은 10~20% 정도 추가로 늘어날 수 있어서 기존에 땅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혜택이 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수익률의 경우 용적률의 절반 수준으로 예측하기 때문에 용적률이 10% 늘어날 경우 수익률도 5% 추가로 상승한다.
추가 용적률에 따른 재건축·리모델링 등 파급 되는 투자 유발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폭이 좁은 도로 주변에 넓은 땅을 소유한 토지주의 경우 아예 개발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신규 건축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토교통부는 연간 1조원 규모의 투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수경 건축사는 "건축사와 건축주들에게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도시 개방감이나 높은 건축물 그림자로 인한 결빙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안이 없어 도시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 사선제한 : 도로변에 건축물을 신축할 때 건축물의 반대쪽 도로 끝 지점과 도로 폭의 1.5배 높이가 되는 지점을 잇는 사선을 긋고 그 사선의 안쪽에만 건축물을 짓도록 한 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