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관계를 등에 업고 일본 주요 항공사의 수주를 사실상 독점해온 미국 보잉사의 독주시대가 막을 내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항공(JAL)이 7일 유럽 에어버스의 차세대 대형 여객기 A350을 현재 운항 중인 보잉777의 후속으로 투입하기로 하고 최대 56기에 달하는 수주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JAL은 오는 2019년 취항을 목표로 일단 31기 구입을 확정했으며 나머지 25기는 추후 옵션으로 사들이는 형태로 계약했다. A350 31기의 단가는 약 9,500억엔(10조5,000억원 상당)에 달한다.
에어버스가 JAL로부터 수주계약을 따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는 양대 항공사인 JAL과 전일본공수(ANA) 여객기의 각각 78%와 84%를 보잉기가 차지할 정도로 보잉사가 확고한 독점체제를 유지해왔다. 반면 에어버스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ANA와 일부 저가 항공사의 리스 등을 중심으로 1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일본항공이 파산하면서 비용절감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데다 보잉의 차세대 대형 여객기 '드림라이너'가 잇단 사고와 인도지연 등 악재에 시달리면서 보잉은 결국 '텃밭'인 일본시장의 대형 수주계약을 처음으로 경쟁사인 유럽 에어버스에 내주게 됐다.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6기는 올해 에어버스가 따낸 최대 수주"라며 "이는 향후 양사의 파트너십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슈코르 유소프 애널리스트는 "이번 수주가 정치적 요인으로 일본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던 에어버스로서는 기념비적인 계약인 동시에 보잉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발주를 앞둔 ANA 역시 에어버스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