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녹화하고… 노트에 필기하고… 투자자들 '열공모드'

■ 달아오른 증시… 증권사 투자설명회 가보니
설명회장 장년층·주부 등 성황
경제지 읽고 PER 등 용어 공부
건강한 투자문화 자리잡아

지난 23일 삼성증권 이촌점에서 열린 '중국 후강퉁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다양한 연령대의 투자자들이 강연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송은석기자

지난 22일 주식투자 설명회가 열린 KDB대우증권(006800) 마포지점. 그리 크지 않은 세미나실은 40~50대 중장년들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강연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는 모습이 수험생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노트에 빼곡하게 메모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파워포인트 설명회 자료를 연신 찍는 모습에서 진지함이 전해졌다.

이날 설명회에서 만난 50대 투자자 김모씨는 "아이들이 대학수학능력 시험 볼 때도 '정보전'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입시설명회 찾아다녔다. 주식투자는 처음이라 설명회를 여러 곳 찾아다니고 관련 책도 사고 인터넷 카페도 가입했다. 공부할 것들이 정말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훌쩍 넘어 사상 최고점을 향해 내달리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 '열공 모드'가 한창이다.

과거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도박처럼 생각하고 '묻지마 투자' 식으로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본인 혹은 주변 사람들의 과거 주식투자 실패 경험에서 우러난 변화다. 투자설명회 현장에서 만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건강한 투자문화가 점차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몸은 힘들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에 오히려 힘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대우증권의 투자설명회에서 만난 박모씨(72세)는 "10년 이상 주식투자를 하면서 감으로 투자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며 "경제신문을 꼬박꼬박 읽고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용어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 금리가 4~5% 정도만 돼도 주식투자를 늘릴 필요가 없지만 지금은 금리가 워낙 낮은데다 증시는 좋으니 투자금액을 더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때 썰렁했던 투자설명회 현장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21일 메리츠종금증권이 개최했던 투자설명회에는 당초 10여명가량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려 150명이 넘는 고객들이 몰려 적잖은 혼란을 겪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시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할 때는 투자설명회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었지만 요즘은 고객들도 늘어나고 열기도 뜨겁다"며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강의 내용을 녹취하기도 하고 설명회가 끝난 뒤에 따로 오셔서 질문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설명회를 찾는 고객들도 과거에는 남성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여성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2일 대신증권(003540) 광화문지점에서 열린 '여성파워시대 투자전략' 설명회에는 2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장이 꽉 차 발 디딜 틈 없는 성황을 이뤘다. 이날 설명회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중국 소비주가 뜬다고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소비주에 해당된다는 말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며 "주식투자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로서 주부로서 잘 아는 회사에 투자하면 그나마 안정적 투자가 될 것 같아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일본 등 해외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삼성증권(016360) 동부이촌동지점에서 열린 '후강퉁 투자설명회'에서 만난 70대 투자자 황모씨. 약 8억원 정도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는 그는 "그동안 대형주에 투자해 차익을 많이 얻었다"며 "이 자금을 중국 주식에 투자해보려고 설명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금은 국내 주식에 두고 남은 이익금을 중국 주식에 넣어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기가 살아나면서 서점에서도 주식 관련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경제경영 코너의 재테크·투자 베스트셀러(4월 셋째 주) 10위 가운데 '수준급 단타왕' '박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등이 이름을 올렸다.

주식투자설명회 인기강사인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과거에는 투자설명회를 아무리 다녀도 큰 소득이 없어 의욕도 떨어지고 본사에서도 설명회 나가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2번씩 불려다닐 정도로 바쁘고 설명회를 해달라는 지점의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투자설명회 요청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2주에 한 번씩 하던 설명회 횟수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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