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철거 대신 리모델링으로 정비

녹지복원 재정비계획 백지화
주변 8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
오피스텔 10% 추가 건립
소형주택 인센티브도 제공

경기침체와 이해관계 조정 등의 이유로 난항을 거듭하던 세운상가 개발 계획이 철거를 통한 녹지조성 대신 보존형 리모델링 사업으로 변경돼 추진된다. 종로에서 퇴계로에 이르는 세운상가 전경. /서울경제DB


지난 34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세운상가 재정비계획이 새롭게 확정됐다. 약 1조4,000억여원을 들여 세운상가를 헐고 남산과 종묘를 잇는 1㎞의 녹지축을 복원하겠다는 기존 계획이 백지화된다. 대신 리모델링을 통한 보존형 개발이 추진되고 주변 8개 구역을 소규모로 분할해 점진적 개발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발표하고 세운상가 일대 정비를 통해 도심 재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소규모 개발로 방향 선회=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우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철거 방식의 도심 녹지축 재생 프로젝트는 백지화됐다. 대신 세운상가군은 리모델링을 유도하고 옥상과 건물 외벽 등을 이용한 입체적 녹지축이 조성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리모델링 가이드라인, 공공지원 방안 등 구체적 실행계획과 상가별 추진전략 및 사업추진 시기도 주민과 논의를 거쳐 함께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평균 3만~4만㎡ 규모였던 주변 8개 구역 중 도심산업이 활성화돼 있는 4개 구역(2ㆍ6-1ㆍ6-2ㆍ6-4구역)은 1,000~3,000㎡ 규모로 잘게 분할해 점진적으로 개발된다. 산업기능이 쇠퇴한 구역(3ㆍ5ㆍ6-3구역)은 3,000~6,000㎡ 규모로 정비가 된다. 사업시행인가 준비단계인 4구역은 기존 사업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

◇오피스텔ㆍ소형주택 인센티브도 제공=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오피스텔 10% 추가 건립이 허용되고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을 30% 이상 지을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또 시는 산업기능의 쇠퇴로 용도 전환이 필요한 구역은 20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다만 기존 계획상 최고 122m까지 가능했던 고도제한이 구역별 특성에 따라 50~90m로 차등 적용된다. 종묘에 인접한 2구역과 4구역은 문화재청의 심의결과에 따라 62m로 종로와 퇴계로에 접한 구역은 역사도심관리기본계획에 따라 70m 이하로 각각 하향 조정된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번 계획은 기존의 촉진계획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여건 변화를 반영한 현실적 대안"이라며 "세운상가 일대의 도심으로서 역할이 재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70~80년대 전자산업 메카… 재정비 34년간 지지부진
■ 세운상가는 어떤 곳

세운상가 부지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였던 1945년 일제가 연합군의 공습이 화재로 번지는 것을 박겠다는 명분으로 조선인이 모여 살던 주거지를 철거해 만든 공터였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이 모여 살던 무허가 판자촌이 1967년 고(故) 김수근 건축가가 주상복합으로 설계한 세운상가가 들어서면서 고급주거지로 변모했다.

이후 현대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풍전호텔, 신성상가, 진양상가 등이 건립된 세운상가군은 1970~1980년대 한국 전자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전자상가가 용산으로 강제이전 당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런 이유로 1979년 첫 정비계획이 수립되고 2002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 그리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09년 재정비촉진계획이 수립됐지만 금융위기 등을 이유로 사업이 멈춰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